국회 ‘페이고’(pay-go) 제도의 도입 여부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페이고 준칙 정착이 급하다”고 언급하면서부터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 줄줄이 계류 중이지만, 야당의 반대가 심해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페이고는 예산이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재원 조달 방법을 함께 강구토록 하는 제도다. 재원을 무시한 무분별한 입법을 막아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자는 차원이다.
사실 현행 국회법의 규칙만 살짝 손봐도 굳이 페이고를 위한 새로운 입법은 필요치 않다. 이미 국회법에는 페이고를 위한 조항이 마련돼 있다.
5년 전인 2010년 3월 2일 개정된 국회법 제83조의 2에는 ‘기획재정부 소관에 속하는 재정 관련 법률안과 상당한 규모의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관위원회는 미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예결위원장의 판단으로 연석회의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상당한 규모의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동 조항에는 ‘상당한 규모의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법률안의 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회규칙으로 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규칙은 정해지지 않았다.
국회규칙을 만들거나 바꾸기 위해선 법을 개정할 때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다.
국회법의 빈틈을 보완하기 위해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과 이노근 이원이 각각 2012년, 2013년에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그러나 야당은 “입법권 제한”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논의를 진척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페이고 제도와 관련해 14일 브리핑에서 “국회의 입법권과 재정 권한을 과도하게 통제할 것”이라며 당 차원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라면 무엇보다 부자감세 철회로 세입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국내 예산 시스템에 적합한 재정준칙이 도입되도록 하는 것이 5선 의원 출신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