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스마트폰 무덤, 묘비에 새겨진 ‘斷通法’

입력 2015-05-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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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산업부 차장

대한민국이 스마트폰의 무덤이 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애초에 정부는 단통법이 단말기 및 통신비 인하 효과와 함께 이른바 ‘호갱(호구 취급을 당하는 고객)님’이 사라지는 등 소비자들을 위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8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찬반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이상한 점은 정부의 얘기와 달리 단통법 이해당사자인 소비자, 제조사, 이동통신사가 모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오죽하면 세 번의 매각 실패로 청산을 앞두고 있는 팬택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원인 중 하나로 단통법이 꼽힐 정도다. 단통법 시행 초기 삼성전자, LG전자에 비해 출고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팬택의 스마트폰이 잘 팔릴 것이라는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보조금 축소는 삼성전자와 LG전자와의 가격 변별성을 상실케 했다. 여기에 단통법으로 시장 자체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팬택 제품만 잘 팔릴 이유도 없다.

세 번의 매각 무산도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팬택의 글로벌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아 믿을 곳은 국내 시장뿐인데, 단통법 환경에서 모험을 할 인수자가 과연 있었을까.

지난달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한 삼성전자, LG전자는 국내 판매량에 대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출시된 ‘갤럭시S5’, ‘G3’는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는 힌트라도 줬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 마케팅 비용 감소로 반짝 실적을 낸 이통사들의 경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리막길을 걸을 공산이 크다. 단통법 시행 이후 국내 이통3사의 번호 이동을 포함한 신규 가입자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달부터 소비자들이 지원금 대신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요금할인 비율을 12%에서 20%로 상향 조정하면서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나 소비자는 단통법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효과에 크게 의존해 왔던 소비자들에게 단통법은 불필요한 규제나 다름없다.

보조금 상한선 규제가 없는 미국의 경우 이통사와 2년 약정을 맺으면 매월 199달러(약 21만원)를 내고 최신 ‘갤럭시S6’(32GB)를 살 수 있다. 일본은 3대 이통사를 통해 사면 사실상 공짜다. 결과적으로 단통법은 국내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값을 주고 스마트폰을 사게 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애초에 정부가 보조금을 규제하려고 생각한 자체가 잘못이다. 차라리 단말기와 이동통신 서비스를 분리하는 완전자급제를 도입하거나 알뜰폰 지원을 확대하고, 불법 보조금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편이 더 나았다.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의 소비자가 누려야 할 특권이 ‘단통(斷通)’으로 인해 사라진 웃지 못 할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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