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새 재계에 대형 이슈가 잇따라 터졌다. 검찰의 사정 바람에 쑥대밭이 된 재계에 이번엔 노동계의 ‘춘투풍랑’이 휘몰아칠 기세다.
포스코건설에서 시작한 검찰의 수사망은 포스코그룹은 물론 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6~7개 기업은 물론 총수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사정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정 한파가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정 과제였던 자원 외교, 4대강 사업으로 연결되면서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까지 몰고 간 경남기업 수사도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을 캐던 중 일어난 사고다.
재계로 향하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은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일단 무뎌진 상태다. 이완구 국무총리,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성완종 리스트에 유력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국민적 관심은 정치권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검찰의 기업 사정 수사 대부분이 처음 나온 비리가 아닌 과거 첩보로 진행돼온 내사 사건을 기초로 하는 만큼 언제라도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재계에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는 시한폭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최악의 춘투가 일어날 조짐이다. 노동계의 춘투는 매년 봄에 되풀이되지만 올해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오는 24일 총파업을 한다고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이후 일주일간 각종 집회를 이어가고 다음 달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세계노동절대회를 연다. 여기엔 2004년 이후 11년 만에 파업을 결의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동참한다. 양대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노사정 대타협 결렬을 선언하고 장외투쟁을 선언한 만큼 민노총과의 연대 파업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핵폭탄’급 춘투다.
재계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숫자가 보여준 기업들의 실적은 여전히 암울하다. 일본식 저성장에 빠진 국내 경제는 회복될 기미가 없다.
경제 회복을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노동계의 선택이 과연 옳은지 의문스럽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핵심 의제로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세월호 시행령 폐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쟁의행위의 목적인 조합원 근로조건 개선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공무원연금 개혁은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는 정부 정책이고,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하면 된다. 이번 춘투를 가리켜 명분 없는 ‘정치 파업’, ‘불법 파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