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인맥은 정권에 큰 영향을 받는다. YS(연세대·성균관대)와 서금회(서강금융인회)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전 MB정권에서는 호금회(고대 상징물인 호랑이와 금융인의 합성어)가 금융권을 쥐락펴락했다.
대표적 인물이 김승유, 이팔성, 어윤대 전 회장이다. MB와 동문인 이들은 소망교회 라인인 강만수 전 회장과 함께 금융권 4대 천왕으로 군림했다.
이 같은 학력 라인은 은행·보험·증권·카드업계를 막론하고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선임까지 영향을 미쳤다.
우선 KB금융의 경우 남경우 KB선물 전 사장과 손영환 KB부동산신탁 전 사장이 어윤대 회장의 고대 라인을 타고 수장직에 올랐다. 최근 ISS 정보 제공 항소심에서 승소한 박동창 전 부사장도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지만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해 어 회장의 고대 인맥 범주에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황영기 회장 당시 단 2명(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전 대표, 박성목 우리은행 전 전무)에 불과하던 고려대 출신 인사가 이팔성 회장이 취임하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최승남 우리은행 전 부행장을 비롯해 황성호 우리투자 증권(현 NH투자증권) 전 사장,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전 사장(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전 사장이 모두 고대 출신이다.
하나지주의 경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하나SK카드 사장직을 맡은 이강태 현 BC카드 사장이 고대 출신이다. 아울러 검찰총장을 지낸 김각영 이사회 의장과 유병택 사외이사도 김승유 회장과 고려대 동문이다.
라응찬·한동우 비(非) 고려대 출신 회장의 체제 하에 있던 신한금융에서도 고대라인이 포착됐다. 당시 부행장이었던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대표(당시 WM부문그룹 부행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금융권을 쥐락펴락하던 금융권 인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현재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고려대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신한은행의 조용병 행장만이 유일하다. 이들이 빠진 자리는 대부분 서강대나 연세대, 성균관대 출신들로 채워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정권 교체를 꼽는다. 실력과 인망을 갖췄더라도 전 정권과 학맥으로 연결돼 있다는 오해를 받다보면 자연스럽게 경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인자중’하란 얘기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고대경제인회의 간판급 명사로 꼽히지만 오너기업이란 점에서 수시로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는 금융권 수장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