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엉덩이가 가볍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알 수 없는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세미나, 오후에는 기업탐방으로 대개 그들의 자리는 비어 있다. 강태신 KB투자증권 스몰캡 애널리스트(이하 연구원)는 그의 사무실 전화 부재음을 자신의 ‘생존신호’라고 여겨 달라 부탁했다. 숨은 보석을 찾으려 열심히 뛰고 있는 증거라는 것. 하루에도 몇 번씩 여의도와 지방 공장을 넘나드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하루 해가, 너무 짧아요” = 강 연구원의 하루는 새벽 5시 30분에 시작한다. 회사와 집은 10분 거리, 출근은 오전 7시 20분까지이지만 아침부터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일어나자마자 텔레비전으로 미국 경제방송 CNBC를 켜고 증시 마감 분위기를 확인한다. 6시부터는 국내 경제 방송을 본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종합일간지 2개와 경제지 2~3개도 훑는다. 그는 “꼼꼼히 모든 글씨를 읽기보다는 기사 배치 순서 등 편집의 의도를 눈여겨보면서 흐르듯이 정보를 흡수한다”며 “세상 돌아가는 형국을 알아야 유망한 업종과 종목을 선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전 7시 20분. 출근시간은 그가 속한 리서치센터와 법인영업팀이 함께하는 아침 회의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평균 30분 정도 진행되는 회의에서 당일 자료를 낸 연구원 위주로 발표와 질의응답이 이뤄진다.
이후에는 일명 ‘기관콜’이 시작된다. 메신저나 전화로 펀드매니저들에게 투자정보를 주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손가락을 세며 “9시 증시 시작까지 30∼40여 분 동안 대략 10명과 통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개시 후에는 기관 관계자들과의 세미나가 열린다. 실제 돈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그간 검토한 업종과 기업의 정보를 제공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다. 점심 전까지 2차례의 세미나 일정이 있다.
식사도 일의 연속이다. 펀드매니저, 기업체 관계자, 기자와 밥을 먹으며 미팅을 한다. 이마저도 오후에 꽤 먼 지역으로 기업탐방을 가야 할 경우 차 안에서 샌드위치로 때우기 일쑤다.
기업탐방에서 돌아오면 대략 오후 6시. 그러나 퇴근은 아직이다. 하루 동안 보고 들은 내용을 정리해두어야 하기 때문에 퇴근 시간은 평균 밤 10시 반을 넘긴다.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스몰캡 보고서는 이렇게 정리한 기초자료를 주말 내내 편집ㆍ작성한 ‘액기스’다.
◇“코스닥이야말로 모멘텀 접근하면 안돼” = 강 연구원은 “재미없으면 이 일 못한다”고 잘라 말한다. 그에게 업무 중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힘든 부분은 그다지 없고, 행복한 건 많은데…”라고 동문서답을 한 것에서 드러난다.
그 행복이라는 것은 그가 확신했던 회사가 실제로 시장에서 빛을 볼 때를 말한다. 강 연구원은 “투자자들에게 추천한 회사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제게 직접적으로 득이 되는 것은 없다. 장기적으로 평판에 도움이 되는 정도일 뿐”이라며 “모든 회사의 시작이 스몰캡이었던 만큼 작지만 빛나는 기업을 중견 기업으로 키우는 데 일조할 때 짜릿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기업탐방’이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후배들에게 눈으로 보지 않은 기업은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할 정도다. 스몰캡의 특성상 탐방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는 그는 하루 2개 이상의 기업을 실제로 방문하거나 해당 업체의 IR담당자 혹은 CFO와 접촉하며 정보를 얻는다. 펀드매니저와 함께 기업 탐방을 갔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강 연구원은 “글로벌ㆍ거시 경제 성장률, 지역별 소비패턴 등의 정보를 확인하고 투자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탑 다운(Top Down)’도 중요하지만, 기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치열하게 따져 올라가는 ‘바텀 업(Bottom Up)’이 더 기본”이라며 “탐방을 게을리하는 순간 어떤 연구원이든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쉴 틈 없이 ‘빡빡한’ 일상은 오히려 그가 생기를 찾는 시간이었다. 강 연구원을 비롯한 스몰캡 애널리스트들의 진짜 고충은 중ㆍ소형 종목 전체를 ‘시가총액 1조도 되지 않는 기업’으로 묶어버리는 시장 참여자들의 편견이다. 강 연구원은 “코스닥에서야말로 모멘텀 접근이 아니라 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회사의 미래와 철학을 공유하며 성장세를 지켜보는 투자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