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주 시장에는 저도수 바람이 불고 있다. 저도수 소주는 사실 보해양조가 원조다. 1992년 출시한 ‘보해 라이트’가 그 주인공. 알코올 도수 15도로 ‘소주=25도’란 공식을 깨며 보해양조는 퍼스트 무버로 불렸다.
지금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지만 20여년 전, 보해양조는 이미 연구 인프라를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신제품 ‘잎새주 부라더’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경쟁사들보다 오래된 기술력과 노하우가 집약된 자신감 때문이다.
특히 ‘잎새주 부라더’는 소비자 테스트와 다양한 공법으로 제조 과정부터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다. 특허 기술인 ‘고품질 증류원액’ 제조 공법과 보해 종합기술원에서 개발한 MAPBS(Micro Air Pocket Blowing System)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 기호에 맞춰 향미를 조절해 소주의 품질을 향상시켰다. 또 숙취 물질, 잡내를 최소화해 깔끔함과 부드러운 맛을 한층 더 강화했다.
보해양조는 ‘잎새주 부라더’와 ‘아홉시반’으로 전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호남지역에서의 시장점유율을 8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보해양조= 국내 주류 시장은 1996년 자도주 보호법이 폐지되면서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했다. 보해양조는 호남지역에서 그 동안 다져 온 탄탄한 입지로 거대 자본을 갖춘 경쟁 기업들의 공세를 이겨내며 소비자 충성도를 유지하는 한편, 오히려 수도권 시장의 공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1980년대 사카린 논란 때는 가장 먼저 무사카린 소주를 개발했다. 논란이 일기 전부터 미리 연구를 통해 사카린 대체 감미료를 개발했던 것이 주효했다. 이 사건은 보해양조를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1990년 출시한 매취순의 대성공은 당시 소비자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고급화되던 트렌드를 잘 꿰뚫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해양조는 당시 공장 라인을 풀가동해도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매취순은 3년 만에 약 2000만 병을 판매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실주로 자리매김했다.
1996년 출시된 김삿갓은 ‘프리미엄 소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삿갓은 수도권 시장을 집중 공략했는데, 당시 호남지역의 애주가들은 “우리는 나중에 술맛을 봐도 되니 서울 시장을 석권하라”며 성원을 보내기도 했다.
보해양조는 2011년 위기를 겪었지만 2년간에 걸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결과 2013년 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듬해는 유상증자, 자사주 소각,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부채비율을 313%(2013년말 기준)에서 162%(2014년 기준)까지 낮췄다. 금융비용 또한 한 해 동안 약 36% 절감했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매출액 1188억원, 영업이익 88억원, 당기순이익 50억원 기록했다.
◇차별화된 마케팅이 소비자를 움직인다= 보해양조는 차별화된 마케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작년 출시한 ‘아홉시반’은 저도수 브랜드지만 용량을 늘리며 소비자의 신뢰를 얻었다. ‘아홉시반 주(酒)립대학’ 캠페인은 ‘개념 있는 음주 시민 양성’이라는 설립 이념과 업계 최초로 가상의 대학을 내세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호평받았다. 올해부터는 본격적 유통망 강화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잎새주 부라더’ 또한 지역 출신으로 친밀한 이미지를 갖춘 홍진영을 모델로 선정해 전남지역에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보해양조는 소주 도수 인하로 인한 원가 절감비용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점도 주목받았다. 보해양조는 작년 1월 CSR본부를 신설, 직접 일손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 단위로 기획된 환아 돕기, 범죄 예방 활동, 봉사단 등을 운영하며 전방위적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 진출도 구상= 올해는 보해양조가 새롭게 도약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먼저 재무구조 개선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 및 회사의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이는데 힘쓸 계획이다. 또 탄탄한 사업 배경을 바탕으로 보해양조는 앞으로도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과 영업력을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 소비국가로 부상한 중국 시장 진출도 구상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중국 소비자들이 희석식 소주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부분을 고려해, 현지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는 해외 기업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진출할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