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월세집에 사는 사람의 소비액 가운데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34.5%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 달에 300만원을 소비하는 가구가 이 중 100만원을 주거비로 쓰고 있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6일 발표한 ‘전ㆍ월세 보증금 보정 슈바베 계수의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ㆍ월세에 거주하는 가구의 총 소비지출액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슈바베계수, 보증금의 기회비용 반영)은 2010년 30.4%에서 2014년 34.5%로 상승했다. 이는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 것을 의미한다.
도시 거주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2010년 31.0%에서 2014년 35.8%로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비도시 거주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23.2%에서 24.3%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도시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더 큰 상태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저소득층(가처분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가구)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41.4%였다. 전체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34.5%인 것과 비교하면 소득이 낮은 가구일 수록 소득에서 더 많은 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한 것이다.
도시가구가 농어촌 등 비도시가구보다 거주비 부담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보정 슈바베계수는 도시가구 35.8%, 비도시가구 24.3%로 집계됐다. 2010년 7.8%포인트(도시 31%, 비도시 23.2%)였던 도시가구와 비도시가구 격차는 2014년 11.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수도권 지역 전세가가격 상승세가 더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득계층별로는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임차가구 보정 슈바베계수는 2010년 39.1%에서 2014년 41.4%로 상승했다. 이는 임차가구 전체평균인 34.5%를 웃도는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늘었다. 40대 이상 임차가구의 보정 슈바베계수는 2010년 30.9%에서 2014년 35.2% 증가했고, 같은기간 20~30대 임차가구의 보정 슈바베계수는 29.5%에서 33.3%로 상승했다. 20~30대는 1~2인 가구가 많아 전ㆍ월세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가계 주거비 부담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침체로 실질소득이 정체돼 가계의 구매력 자체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며 “재정 조기집행률을 높이는 경기대응책이 요구되며 공공기관 평가에 고용실적을 우선하는 일자리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계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미분양주택 매입 임대사업 △토지 소유자 임대주택 공급 세제혜택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저소득층 대상 임차 보조금 확대 및 저리융자 지원 등의 정책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