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최근 수출이 침체일로에 들어선 것은 물론 이러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정부가 최근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수출을 다시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년동기비 수출 증가율은 통관기준으로 1월 -0.7%, 2월 -3.3%, 3월 -4.2%를 기록, 감소폭이 점차 커졌다. 또 1분기 전체로도 2.9%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2011년까지 두자릿수 증가세가 당연시되던 수출이 2012년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말부터는 뚜렷한 하강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력 수출품 단가·물량 모두 ‘흐림’= 우선 저유가 여파가 직격탄을 날렸다. 수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수출단가지수가 올 1,2월 전년동기비 10%나 감소했다.
더욱 문제는 수출 감소가 단순히 유가 하락 영향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석유제품 외에도 철강제품(-7.7%), 세탁기 등 가전제품(-5.5%), 자동차(-2.3%) 등 주요 수출 품목의 단가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출 단가뿐 아니라 수출 물량도 지난해보다 더 축소됐다. 올 1,2월 품목별 수출물량지수 증감률을 보면 가전(-18.6%), TV(-12.7%), 승용차(-10.9%), LCD(-8.6%) 등이 모두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부진이 심화했다.
◇미국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 축소= 지역별 수출 현황을 보면 대규모 양적완화로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미국을 빼고는 대부분 지역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대(對) 미국 수출은 지난해 13.3% 증가했으며 올 1분기(13.4%)에도 유사한 수준을 이어갔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22.0%), 유럽(-21.1%), 아세안(-17.6%), 산유국(-3.4%), 중국(-1.5%) 등은 악화됐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경제를 보면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개도국은 중국 등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은 중국 등 개도국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세계경제 흐름이 우리 수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속도에 비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위축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진단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중국이 가공무역을 줄이는 등 중국 경제의 질적인 구조전환이 우리나라 수출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부진 장기화 가능성 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21일 ‘수출 부진, 장기화될 가능성 크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성장방식 변화, 저유가 지속, 원화 강세 등 구조적인 요인들을 고려해 보면 올해도 수출이 경기를 이끄는 힘이 매우 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5일 ‘수출 부진 타개를 위한 수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1~3월 수출입이 동반 추락한 데 이어 최근 4년간 수출 증가율이나 수출단가도 악화하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며 “침체 일로에 있는 수출을 다시 되살리려면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