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을 배제한 업계와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금융개혁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국의 주도로 규제개혁이 이뤄질 경우 진행 과정이 지지부진할 뿐더러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한국금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금융법제의 현안과 과제’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고 교수는 금융법제의 기본원칙을 ‘규제의 합리성과 투명성 확보’로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야만 금융혁신,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발전을 이끌어 낸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보여준 금융개혁의 결과에 대해 “금융 수준은 낙후하고, 금융 사고가 잇따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4년 국가 경쟁력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시장 발전도 부문 순위는 144개 국가 중 80위(2008년 37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경쟁국인 일본은 16위, 대만은 18위를 기록했고, 필리핀은 49위를 차지했다. 아프리카 국가인 말라위(79위), 우간다(81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고 교수는 이를 지적하며 “과도하고 비합리적인 규제가 상존해 금융산업이 국내 총생산의 5%에 불과하는 등 낮은 발전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11년부터 이어진 금융사고에서 현행 금융감독기구 체제의 문제점이 여실히 나타났다"며 "2011년 상호저축은행 부실사태, 2013년 동양사태, 2014년 신용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 2014년 KB국민은행 사태 등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빈발해 수익력 감소의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날 고 교수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일원화로 효율성을 강화하고, 금융분쟁 조정 기구의 통합과 중재 기능까지 부여한 ‘금융분쟁조정중재원’(가칭)을 설립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밖에 금산분리 원칙을 현행대로 유지 하면서 비대면 채널의 실명확인을 허용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