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룡마을 개발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서울시와 강남구가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이 사들인 한국전력 부지 개발 방향을 놓고 다시 한 번 갈등을 겪고 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강남구민 25명은 6일 오전 서울시청을 찾아 “서울시가 강남구와 협의 없이 국제교류복합지구인 현대차 부지의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등 독단적 행정을 펴고 있다”고 항의했다.
구민들은 머리띠를 두르고 시장실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강남구는 이에 앞서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가 사전 협의 없이 지구단위계획구역에 도시계획시설인 잠실운동장을 포함한 것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구는 “현대차그룹의 공공기여를 강남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사용해선 안 된다”며 “시장이 구청장 면담을 거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날 두 차례나 긴급 브리핑을 열어 강남구의 시위를 비판하고,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피에서 “공공기관장이 구민을 선동해 시청에서 불법 시위를 벌이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이 같은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퇴거 명령에 불응하면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신 구청장과 구민들이 시청을 떠나면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권해윤 서울시 동남권공공개발추진단장은 오후에 이어진 브리핑에서 “한전 부지 개발에 따른 사전협상,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등은 전적으로 서울시장의 권한이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강남구의 의견을 청취했음에도 기습 시위를 한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 단장은 이어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운동장을 포함한 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함이며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거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공공기여의 쓰임도 협상자인 현대차와 논의할 부분이며 아직 협상 전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세부적인 잠실종합운동장 개발 계획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이달 30일께 부터 국제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