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 1분기 전체 수주량의 41.0%인 23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60척)를 수주하며 일본(162만CCT, 34척)과 중국(135만CGT, 79척)을 따돌리고 1위에 복귀했다. 한국 조선업체가 1분기에 수주 정상에 오른 것은 2012년 1분기 이래 3년 만이다.
그러나 한국 조선업체의 1분기 수주량은 231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2만CGT에 비해 48.9% 감소했다. 이는 올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56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211척)로 작년 1분기보다 약 3분의 1 수준으로 발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일본 조선업체는 162만CGT를 수주, 전년 동기보다 45.1%가 줄었다. 중국 조선업체의 낙폭은 가장 컸다. 이들의 1분기 수주량(135만CGT)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5% 떨어졌다.
한ㆍ중ㆍ일 조선업체의 부진은 저유가로 오일 메이저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선박 발주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도 오일 메이저의 투자 축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전세계의 선박 발주량은 562만CGT로 작년 1분기 1619만CGT에 비해 3분의 1 토막났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조선업체의 시장점유율은 하락했지만 이를 대부분 일본업체가 가져갔다“며 “또 중국의 대형조선사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최근의 실적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대외환경에 놓인 국내 조선업체들은 내부적인 난제에도 시달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지연되는 ‘CEO 리스크’를 겪고 있다. 이 회사는 1월 12억 달러를 수주했지만 2월 수주는 2억 달러로 떨어졌다. 이어 지난달에는 ‘제로(0)’를 기록하며 수주 경쟁력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해외 선사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차기 CEO가 누가될 지 모르는 상황인 탓에 계약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노사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측이 희망퇴직을 잇달아 실시하자 노조는 ‘권오갑 사장 퇴진’까지 외치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노사 관계 불안이 올해 임단협까지 이어지면 파업 등의 악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대중공업의 1분기 수주는 14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1분기 55억 달러에 비해 74% 줄었다.
빅3 중 수주가 늘은 곳은 삼성중공업이 유일하다. 이 회사는 1분기 23억달러를 수주,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유가가 이어지면 올해 수주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