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정부 규제와 내수경기 침체로 국내 제약산업이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연구개발(R&D)에 아낌없는 투자를 쏟아부은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과거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복제약(제네릭)을 개발해 판매하거나 다국적 제약사의 약을 대신 판매하는 ‘코프로모션’에 주력해왔다.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에는 그만큼 인색했다. 실제로 2004년 국내 상위 제약사 7곳의 R&D 투자금액은 매출액의 7.7%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들의 R&D 투자 비중은 12.4%로 1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경쟁력 있는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의 방증이다. 특히 올해는 이들의 R&D 투자금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만큼 신약 개발은 글로벌 밀림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 됐다.
당장의 이익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한 이러한 선견지명(先見之明)은 올해를 시작으로 그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토종 신약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제약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등에 잇따라 수출하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의약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어난 1억7677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10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으로 연못에 불과하다면, 글로벌 시장은 이보다 100배나 큰 대양(大洋)에 비할 수 있다. 그 대양을 항해하기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원동력은 바로 R&D 투자일 것이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고민에 빠져 있는 제약사들은 “R&D는 비용이 아닌 투자이기 때문에 뿌린 대로 거두게 된다”는 말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