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틸리티 하나씩은 다 써요. 롱아이언보다 쉽거든요. 3번 아이언 빼고 이거 하나 넣으시죠.”
“이게 ‘고구마’지? 난 별로던데. 컨트롤이 안 되더라고.”
한 골프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갔다. 롱아이언 하나를 빼고 유틸리티를 세팅하라는 점원과 컨트롤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도가 떨어지는 롱아이언을 고집하는 고객의 이야기다.
짧은 시간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는 최근 달라진 골프용품 트렌드 일면을 반영했다. 어렵고 사용도가 낮은 클럽은 세팅에서 과감하게 제외하고 쉽고 사용도가 높은 클럽으로 채워가려는 합리적 소비자가 늘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 캐디백엔 때 묻지 않은 3~4번 아이언이 자리를 보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합리적 소비자가 늘면서 3~4번 아이언은 조금씩 모습을 감추고 있다.
그 중심엔 유틸리티 등 변종 클럽이 있다. 이 클럽은 길이가 짧고 솔 폭이 넓어 롱아이언이나 페어웨이우드보다 사용이 쉬운 것이 장점이다. 특히 약간의 실수에도 비거리 및 방향성 손실이 크지 않다. 최근에는 아마추어 골퍼뿐 아니라 프로골퍼들도 변종 클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아이언 로프트의 스트롱화도 변종 클럽 사용을 부추겼다. 골프존마켓 트루핏 최원대 프로는 “최근 출시되는 아이언세트는 3~4번을 빼고 5번부터 구성한 제품도 있다. 아이언 로프트가 2도씩 세워져 비거리가 늘어난 만큼 굳이 롱아이언을 사용해야할 이유는 없어졌다.
이전과 다른 웨지 세팅도 변화된 클럽 트렌드를 대표한다. 클럽 특성상 기능성 발휘가 쉽지 않은 60도 웨지는 사라지고 56도나 57도 웨지가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국내 잔디 특성상 활용도도 높지 않다. 57도 이상 로프트가 큰 웨지로 로브샷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시기는 2개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57도 이상의 웨지는 세팅에서 제외하고 실수가 적은 클럽을 적극 채용하는 것이 스코어를 한 타라도 줄이는 비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견해다.
최원대 프로는 또 “굳이 웨지가 아니라도 좋다. 요즘 같이 잔디가 길지 않은 그린 주변에서는 실패 확률이 높은 웨지보다 8~9번 아이언이나 피칭웨지로 런닝어프로치를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라고 조언했다.
비공인 용품에 대한 재조명도 눈에 띈다. 고반발 드라이버와 비공인 볼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골프숍에 따르면 드라이버 전체 매출 중 고반발 드라이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육박한다. 마제스티, 카타나, 아키라 등 고반발 전문 브랜드는 오랜 불황에도 매년 꾸준한 판매량을 보였다.
비공인 볼의 약진도 돋보인다. 비공인 볼이란 스탠더드 볼보다 크기는 작고 중량은 약간 무거운 볼로 같은 헤드스피드의 스윙이라도 비거리가 더 나가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유관으로는 비공인 볼이라는 것을 식별하기가 쉽지 않아 비거리가 절실한 시니어 골퍼에 인기다.
김주택 볼빅 마케팅 부장은 “볼빅 비공인 볼 마그마는 계절이나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달라진 용품시장 트렌드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