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세계인이 즐기는 가배

입력 2015-03-2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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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권 카페베네 대표

19세기 말 고종 황제가 즐겨 마시던 ‘가배차(茶)’는 다름 아닌 커피다.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를 처음 맛본 이후 고종은 커피 애호가가 되었다고 한다. 고종을 시작으로 주로 궁중에서 즐기던 커피는 20세기 초 커피를 판매하는 다방이 생기면서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

커피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0여년이 흐른 지금,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음식 1위로 배추김치와 밥을 제치고 커피가 선정될 정도로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뜨겁다. 카페베네를 포함해 한국의 커피전문점이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나아가 수입한 원두를 우리 기술력으로 로스팅해 역수출하는 수준에까지 올라섰다.

2005년 겨울, 캐나다 밴쿠버의 작은 커피숍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커피 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하나씩 그려 나갔다. 커피 외에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만들겠다는 작은 계획에서부터,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큰 꿈도 품었다. 카페베네의 해외 진출에 대한 ‘글로벌 커피로드 2020’ 비전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 나아가 전 세계가 즐길 수 있는 커피 브랜드가 되겠다는 간절한 미래를 그리며 카페베네는 2008년 4월 천호동 로데오거리에서 문을 열었다.

카페베네가 토종 커피 브랜드로 국내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서 해외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이지만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커피맛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커피맛에 대한 재정비부터 시작했다. 원두 공급업체로부터 커피를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생두부터 로스팅까지 모든 공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 2010년 국내 최초로 브라질 농장과 직거래 계약을 맺어 최고의 생두를 들여왔다. 작년에는 업계 최대 규모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글로벌 로스팅 플랜트를 설립했다. 독일산 로스팅 기계를 도입해 뜨거운 대류열로 원두를 띄우는 에어로스팅 공법으로 로스팅은 세심하게 이뤄진다. 현재 카페베네는 한국에서 로스팅한 커피를 들고 세계로 나가는 꿈 같은 일을 실현했다.

해외 시장 진출의 첫걸음은 뉴욕에서 시작됐다. 뉴욕에서 성공한다면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카페베네 브랜드를 한국에서 출범한 지 4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뉴욕 골목을 발로 뛰며 경쟁업체를 분석하고 새로운 맛을 연구했다. 테이크아웃 문화가 익숙한 미국 커피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약 200평 규모의 글로벌 1호점을 오픈했다. 북카페와 갤러리가 어우러진 형태로 꾸며진 뉴욕 타임스퀘어점은 카페베네가 지향하는 복합문화공간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됐다. 커피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 가운데, 미숫가루라떼 등 한국적 메뉴를 앞세우며 뉴요커 사이에서 신선한 커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동까지 시야를 넓혀 가며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올해로 7주년을 맞았다. 막강한 글로벌 브랜드, 대기업 브랜드 등 힘센 골리앗 사이에서 다윗처럼 등장한 카페베네는 이제 어엿한 업계 리딩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7년 전 카페베네 1호점을 오픈하던 때, 직원들과 농담처럼 “천호점에서 시작했으니 1000호점까지 만듭시다”라고 했던 말이 현실이 됐다. 글로벌 매장이 1500여개를 넘어선 지금, 카페베네가 걸어온 길 이상으로 카페베네가 만들어 나갈 앞으로의 시간들은 더욱 특별할 것이다. 한국에서 한국의 맛과 문화로 다시 태어난 ‘가배’를 세계 곳곳에 전파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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