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끔 그렇게 문자를 보내긴 하지만, 경망스러워 보이고 거슬리는 건 사실이다. 최근에 어떤 남녀의 대화를 휴대폰으로 읽었다. 요즘은 이런 우스운 문답이나 오타로 빚어진 사건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일부러 실수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자: 자꾸 ㅋ 붙이지 마
남자: 알겠엉ㅋ
여자: 아, 하지 말라고
남자: 알겠다고ㅋ
ㅋ의 반복적이고 상습적인 사용은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특히 여자들이 많이 싫어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쓰고 싶은데. 어떤 여성이 이런 문제에 대해 코치한 글이 재미있다. 반복적으로 사용할 거면 최소한 세 번 이상 ㅋㅋㅋ을 하라는 것이다. ‘내가 세 번이나 눌렀잖아. 그 정도로 네 말이 재미있어’라는 표시라는 것이다. 사실 ㅋ은 치기도 어렵다. ㅋㅋㅋ을 누르면 컴퓨터 자판이 알아서 ZZZ로 바꾸곤 한다. 한글 자모보다 알파벳이 더 중요하다 이건가?
계속 우는 남자도 호감을 사기 어렵다. ㅠ를 자꾸 쓰는 남자 말이다. ‘밥 먹으러 가자’ 하면 될 걸 ‘밥 먹으러 가자ㅠㅠ’라고 할 필요가 있나? 밥 먹으러 가는데 왜 우는지 정말 모르겠다. 시험을 잘못 봐 망했다면 그런 표기를 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단답형 남자도 비호감이다. 누가 나가자고 하는 데 대해서 세상만사 귀찮다는 듯 ‘걍 쉴래ㅇㅇ’ 이런 대답이나 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냥 쉬면 되는 거지 ㅇㅇ을 왜 붙이냐는 거다. 욕과 허세를 부리는 녀석들도 호감을 사지 못한다. ‘하...힘들다’ 이러는 ‘의문유도형 허세쟁이’, 묻지도 않은 걸 계속 설명해대는 ‘오토자랑형 허세쟁이’도 눈 밖에 났다.
이런 이야기를 죽 나열한 코치녀는 땀을 많이 흘리는 남자도 여성들이 싫어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그것은 ‘응 대박;;;;’ 이런 식으로 ;;; 표시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가 위는 마침표, 아래는 쉼표를 따로 찍은 건 줄 알았다. 이 글을 쓰면서 어떻게 해야 그렇게 표기할 수 있는지 몰라 헤매다가(‘요즘 애들은 재주도 좋아’ 그러면서) 20대 후반인 아들에게 물었더니 한심하다는 듯 빤히 쳐다보다가 “아부지, 그거 세미콜론이잖유?” 그랬다.
어쨌든 문제는 다시 ㅋㅋㅋ이다. 휴대폰의 바탕화면을 온통 ㅋ으로 도배한 녀석도 있다. ‘박 과장님 부산으로 발정나셨어요’ 하고 문자를 보낸 회사원은 수정을 한답시고 ‘아니 발정’이라고 했다가 다시 ‘아니 발령. 죄송해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저쪽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열여섯 번인가를 치고 ‘미치겠다’고 써 보냈다. 미칠 것 같은 마음을 대변해준 건가 보다.
다음은 서울 어느 회사에서 벌어진 이야기.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태국인은 한국 사람들이 ㅋㅋ을 많이 쓰는 걸 보고 문장 끝에 늘 넣는 부호로 생각함. 한번은 상사가 시말서를 쓰고 태국인한테 인쇄해서 결재 올리라고 했더니 이 아저씨가 ㅋㅋ이 빠졌다고 문장 끝에 ㅋㅋ을 집어넣음. 그러니까 시말서에 ‘이러이러한 일로 회사에 손실을 초래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사장에게 결재서류가 올라감. 실화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