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의 휘뚜루마뚜루] 김영란법, 사회 소통 막을까 우려된다

입력 2015-03-0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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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중 정치경제부 기자

논란 끝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이 3일 국회를 통과했다.

법이 시행되면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공직자 등’에는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이 포함되며, 이 법이 적용되는 공직자 등 가족 범위는 배우자로 한정했다.

100만원 이하 금품 수수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직무 관련 없이 100만원 이하를 받더라도 같은 사람으로부터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 받으면 형사처벌된다.

이로써 ‘벤츠 여검사’ 사건처럼 공직자가 거액의 금품을 받아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무죄를 받는 일은 막을 수 있게 됐다.

국민적 요구가 높았던 만큼 여야의 합의 처리는 평가할 만하다. 이를 계기로 공직사회의 투명성이 보장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애초 이 법은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마련됐다. 세월호 사건을 거치면서 드러난 공무원 집단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여론이 들고 일어나면서 힘을 받았다.

그러나 원안에도 없던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공공성’을 기준으로 직업군을 정한 것이라면 의사와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 노무사는 물론 공공성을 띤 기업인들까지 포함해야 맞다.

모두가 투명하고 깨끗하면 좋겠지만 국민의 세금을 받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한데 묶어 책임을 묻는 건 명백한 과잉 입법이다. 헌법이 정한 민간의 자율성 침해 등을 이유로 위헌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법이 시행되면 공직자나 언론인 등에 1인당 3만원이 넘는 식사를 제공하면 대부분 불법이 될 소지가 높다. 공직자가 국민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기자에게 식사 한 끼 사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정책을 한 가지 바꿀 때마다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건 ‘소통’이다. 현실적으로 빈번하게 만나야만 하는 공직자와 기업인의 만남은 또 어떻게 규정하고 어디까지 제한돼야 하는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불분명하다.

지금의 법을 그대로 시행한다면 자칫 우리 사회는 ‘불통’으로 꽉 막힌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묵과할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금품’이 아닌 ‘관례’로 통용되던 명절 선물을 비롯해 식당, 술집, 골프 등 관련 산업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더 음성화된 로비가 판을 칠 것도 불보듯 뻔하다.

김영란법이 통과된 마당에 이를 물릴 수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령 등 구체적 시행령을 만들 때 이런 세간의 우려를 녹여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입법 취지를 살리면서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절실하다. 필요하다면 향후에라도 법을 다시 개정하는 용기도 낼 수 있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갖고 출발한 법이라고 해도 도를 지나치면 만들지 않은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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