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국회는 이익집단이 아니다!

입력 2015-02-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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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등의 도입을 골자로 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안했다.

이 개정안에는 그동안 원천 봉쇄됐던 법인과 단체의 후원금 기부를 허용하고 국회의원의 후원금 모금 한도를 올려 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역시 핵심은 지역구 수를 줄이고 대신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자는 제안이다. 이런 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은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지역구 숫자를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이는 것은 세계적 추이에도 맞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역 대표성보다 직능 대표성의 강화가 세계적 추세에 맞는다는 얘긴데, 여기서부터가 문제의 시작이라는 생각도 든다.

세계적 추세에 맞으면 그렇게 하면 되지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문제는 정작 이런 개정 의견을 다뤄야 하는 국회가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선거구를 재획정할 수밖에 없는 마당에, 지역구마저 줄게 되면 목이 날아가는 의원의 수가 늘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제안은 당연히 거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 웃기는 점은 자기들 밥그릇은 철저히 챙기고, 이제 반찬까지 챙겨 먹으려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후원금 모금 한도를 올리는 부분, 법인과 단체의 후원금 기부 허용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물론 돈 안 드는 정치를 구현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돈 안 드는 정치는 불가능하고 돈 적게 드는 정치는 가능하니까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지금 정치권은 돈 적게 드는 방향으로 정치를 장기적으로 개혁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일단 돈부터 모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럽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국회는 더 이상 국민 대표자 회의가 아닌 의원들의 이익집단이 되고 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구 의원 수와 비례대표 의원 수의 조정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냥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의 도입을 환영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도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권역별 비례대표라는 제도가 지역주의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는 공감한다. 비례대표를 전국 단위에서 정당 득표율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6개 정도의 권역으로 나누고, 이런 권역을 기반으로 인구 비례로 의석을 나눠주는 것이기 때문에 호남지역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나올 수 있고, 영남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나올 수도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제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대표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바꿔야 한다. 그럼에도 지역구 줄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지 않고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의 찬성만을 언급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여기서 반드시 나오는 말이 있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지역 대표성이 훨씬 중요한데,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물론 이런 주장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점은 ‘권역별 비례대표’라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농어촌 지역의 비례대표들이 대변할 직능성은 바로 농어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농어촌 지역의 문제는 이들 비례대표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대변이 가능하다.

물론 이런 선관위의 제안에 대해 후원금 부분만 정당들이 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경선제 도입과 같은 문제는 여야 모두 주장하고 있어 이런 부분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민경선제가 실제 도입된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조직이 판치는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상향식 공천의 장점이 살려지기보다는 오히려 조직이 열세인 정치 신인들의 제도 정치권 진입만 어렵게 할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지역구 수를 줄이지 않는 상태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설사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비례대표 리스트 작성의 투명성과 객관성의 담보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그렇기에 정치인 자신들의 이익을 버려야만 모든 제도의 순기능이 살아날 수 있음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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