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혈투가 끝난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면세점 싸움 2라운드가 제주도에서 펼쳐졌다. 다음달 21일 롯데호텔의 서귀포 면세점 운영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주의 새로운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롯데호텔과 호텔신라, 부영건설이 맞붙었다.
세계 1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롯데면세점이 핵심 사업권을 따내며 압승한 가운데, 신라면세점이 설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관세청은 27일 특허심사위원회 심의를 열고, 오후 5시께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재무건전성, 사회공헌도, 관광 인프라 등의 심의기준과 더불어 지역간 균형 발전을 추가했다. 관세청이 지역간 균형 발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번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현재 제주도에는 신라(제주시)와 롯데(서귀포)가 각각 1개씩 운영하는 2개의 면세점이 있다. 제주시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라는 작년말 서귀포에 면세점 1곳을 더 열겠다는 계획서를, 롯데는 현재 신라면세점이 자리잡은 제주시에 면세점을 열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부영건설도 서귀포 중문단지 숙박시설 등과의 시너지를 앞세워 서귀포 면세점에 도전했다.
변수는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면세점을 이동하겠다는 롯데의 계획이다. 롯데가 신청한 제주시는 이미 신라면세점이 들어서 있어 지역별 균형발전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
신라 측은 “새로운 면세점은 서귀포에 둬야 제주 지역의 균형 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자사의 서귀포 면세점 입성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롯데는 신라가 서귀포 면세점 특허까지 획득한다면 제주시내 면세점 두 곳을 독점하는 만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롯데와 신라는 독점 논란을 놓고 얽히고 섥혀있어, 업계에서는 의외로 제3의 후보인 부영건설이 ‘어부지리’로 면세점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의 과반(매출기준 약 52%)을 차지하고 있다. 또 신라는 서귀포 면세점 특허까지 따내면 제주도 내 면세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예정지를 장사가 잘되는 제주시로 이전한다는 롯데의 계획으로 면세 사업권의 향방이 안갯속”이라며 “롯데의 지역 변경이 자충수가 될지, 신라가 설욕할 수 있을지, 아니면 부영이 어부지리로 따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