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신한은행장을 놓고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복심(腹心)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한금융 내부의 후계자양성 프로그램에 따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김형진 신한지주 부사장, 조용병 신한 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이 차기 행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신한사태를 일으킨 라응찬 전 회장이나 신상훈 전 사장의 측근들로 분류됐던 인물들로 한 회장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급기야 한 회장은 설 연휴 기간에 일본 도교에서 재일동포 주주들을 만나 차기 신한은행장 선임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는 등 최종 결정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는 눈치가 역력하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4일 자회사경영위원회를 열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서진원 행장의 후임자를 선출한다. 최근 서 행장의 병세가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당장 현장 업무에 복귀할 정도의 건강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서 행장의 퇴임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자경위를 통해 차기 행장 선출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57년생인 조용병 사장과 58년생인 위성호 사장, 이성락 사장, 김형진 부사장 모두 나이와 능력 면에서 무난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차기 신한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라응찬 라인ㆍ신상훈 라인’이라는 암중비약(暗中飛躍)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탄탄한 지배구조와 압도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런 잡음은 한 회장에게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위성호 사장과 이성락 사장은 각각 영업과 조직관리 능력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각각 라 전 회장 측, 신 전 사장 측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김형진 부사장은 라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지만 신한사태 당시 투병 등을 이유로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한 회장과 지근 거리에 있으면서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전통적으로 영업통을 행장으로 뽑던 관례를 비추어 보면 다소 거리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결국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이 뚜렷한 계파색을 띄고 있기에 이번 차기 신한은행장 선임이 라응찬 시대를 마감하고 한동우 체제 완성을 위한 마지막 진용구축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이번 차기행장 레이스에서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라응찬 전 회장의 영향력이 신한금융 내부에 얼마나 남아 있는 지 여부다. 한 회장이 라 전 회장의 의중을 철저히 배제한다면 전혀 다른 양상을 띌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판단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신한금융 지분 17%가량 보유하고 있어 최대 단일 주주로 꼽힌다. 한 회장이 이례적으로 지난 20일 1박2일 일정으로 도쿄를 방문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최근 치매를 이유로 검찰 수사를 피해오던 라 전 회장이 검찰의 본격적인 소환 조사를 받은 사례 역시 이번 한 회장의 도쿄 방문을 부추겼다는 시각이다. 더욱이 이번 신한은행장 선임은 한 회장 임기가 종료되는 2017년에 차기 회장 후보 1순위로 오를기 때문에 재일교포 주주들의 의중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한 사태와 관련해 아직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차기 행장은 판결 내용에 맞춰 신한사태를 완전히 해결해야 할 임무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신한사태에 연루되지 않았던 사람이 적합하다는 평가도 있고, 어느 편으로 분류됐던 사람이 판결 후 상대편을 껴안는 모양새가 낫다는 평가도 있다"면서 "이도저도 아닌 제 3의 인물을 선택해 그룹의 미래구도를 구상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