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CEO스코어,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4일 개정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의 기존 내부거래 규제에 대한 유예기간이 이달 14일 종료되면서 규제 대상 계열사를 보유한 주요 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 그룹에서 총수(오너)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 계열사의 경우 20%)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심사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정도에 따라 시정명령,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검찰 고발도 가능하다. 법 개정 이후 그동안 공정위는 신규 내부거래에 대해서만 제동을 걸어왔다.
삼성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는 국내 4대 그룹 중 가장 적은 곳으로 나타났다.
애초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삼성석유화학, 가치네트 등 3개사가 규제 대상이었다. 그러나 삼성석유화학은 지난해 삼성종합화학과 합병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보유한 지분을 낮췄을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매각 결정을 내리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인 가치네트는 청산했다.
반면,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만큼 오너일가의 지분이 40%가 넘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보유한 지분은 작년 12월말 현재 총 42.19%다. 제일모직은 여전히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특히 건설 부문의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4대 그룹 중 가장 많은 8곳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정몽구 회장 오너 일가가 3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한 상장계열사와 비상장 계열사(지분 20% 이상)는 1월 말 현재 8곳으로 줄었다.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모두 11곳이었으나, 지난 6일 정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13.39%(502만2170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기관 투자자에 매각해 지분율을 30% 밑으로 낮췄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현대위스코를 각각 지난해 4월, 11월에 현대위아,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했다.
이로써 비상장기업인 이노션, 현대오토에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현대커머셜 등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으로 남았다. 이들 기업에 대한 오너 일가 지분 축소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업계는 합병을 통한 규제 탈출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SK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대표 사례로 언급되는 시스템통합(SI) 분야의 계열사 SK C&C에 대한 최태원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이 40%를 넘는다. SK그룹은 비상장 회사인 에이엔티에스를 포함해 모두 2곳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다.
SK C&C는 지주회사인 SK㈜의 대주주로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다. 특히 SK C&C의 그룹 내부 거래 비중은 2013년 기준 전체 매출의 41.5%(9544억원)를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SK C&C와 SK㈜의 합병설이 나온다. SK C&C와 SK㈜를 합병한 뒤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전환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탈출할 수 있고, 최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안정화 된다는 것.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창업 당시 동업 관계였던 LG그룹과 GS그룹의 경우 지주회사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나란히 포함돼 눈길을 끈다.
LG그룹은 지주회사인 ㈜LG를 비롯해 ㈜지흥 등 2곳이 규제 대상이다. GS그룹도 지주회사인 ㈜GS를 비롯해 GS네오텍, 옥산유통, GS ITM 등 작년 말 기준 18곳이 규제 대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기준 등에 대해 공정위와 기업 사이의 생각차가 큰 만큼 공정거래법이 본격 시행 된 이후 어떤 파급력이 있을지 짐작할 수 없다"면서 "내부 보안 유지 문제 등 어쩔 수 없이 일감을 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 규제가 강화되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