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위 게임업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넥슨은 지난 3일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 자격으로 이사회에 공식적으로 주주제안 공문을 발송했다. 넥슨이 6일 해당 공문의 전문을 공개한 가운데 엔씨소프트 측은 “시장의 신뢰와 대화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보낸 주주제안서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이사회 참여 요청과 연봉 5억원 이상 비등기 임원의 보수 산정 기준 공개 요구다. 여기에는 김택진 대표의 부인 윤송이 사장이 포함돼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서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아래와 같이 제안했다.
◇이사선임 안건 제안 = 넥슨은 오는 3월 개최될 예정인 엔씨소프트 주주총회를 앞두고 후임 이사를 선임할 경우 넥슨이 추천하는 이사를 뽑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엔씨소프트 주주들의 이름, 주소, 주식수 등 정보를 확인하고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실질주주명부를 제공하거나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구했다.
◇외부업체와 협업 통한 수익기회 창출 = 넥슨은 외부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해 다양한 수익기회를 창출할 것을 요구했다. 엔씨소프트는 자체개발 게임을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는 대작 MMORPG 중심의 개발로 인해 사업상 리스크가 크다. 넥슨은 이러한 엔씨소프트의 특징을 이용해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며 수익의 변동성을 줄이고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MXM프로젝트(가칭:슈팅액션게임)에 대해 넥슨이 채널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넥슨의 캐릭터를 활용해 줄 것을 제안했다.
◇주주 의사결정 위한 전자투표제 도입 = 넥슨은 엔씨소프트 주주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위해 전자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발행 주식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 소액 주주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당장 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와 모든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의결권이 원활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청했다.
◇서울 삼성동 엔씨타워 등 부동산 처분 = 현재 삼성동에 남아있는 부동산의 처분도 요구했다. 엔씨소프트는 2013년 판교 신사옥으로 이동함에 따라 삼성동에 있는 토지와 건물들을 임대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넥슨은 이를 비영업용 자산으로 수익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돼 관련 토지를 매각하고 개선된 수익을 영업활동에 재투자할 것을 주장했다.
◇주주 이익 환원 정책 지적 =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주주이익 환원율이 2010년 이후 10%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주주환원정책을 제안했다. 넥슨은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률의 상향 조정을 통해 주가 안정과 주주 이익 환원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소각 = 엔씨소프트가 가지고 있는 발행 주식의 8.9%, 195만8583주의 자기 주식을 소각할 것을 제안했다. 엔씨소프트가 자사주의 일부를 임직원 장기보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부분은 소규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자사주를 활용한 M&A도 적극적이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고 전했다.
◇연봉 5억원 이상 비등기임원 보수 내역·산정 기준 공개 = 넥슨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합리적인 보상 체계 설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넥슨은 엔씨소프트에게 김택진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으로써 비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임원 중, 연간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임원에 대해 보수 내역과 산정 기준 공개를 요청했다.
넥슨은 “이번 주주제안을 대외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양 사의 주주와 고객, 임직원, 협력 업체 등과의 투명한 소통을 바탕으로 기업·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