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 중 하나인 KT렌탈 인수전이 4파전으로 압축됐다.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SK네트웍스, 한국타이어, 롯데, 글로벌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4곳을 1차 후보로 선택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당초 투자업계가 예상한 KT렌탈 가격인 8000억원 대 중후반 보다 높은 1조원대까지 육박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4군데 후보 중에서 지난달 29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어피너티가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9000원대를 써 낸 것으로 추측됐다. 하지만 어피니티 측은 본입찰에서 제시한 금액의 약 70%를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KT렌탈 입장에서는 ‘차입금’이라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 동안 이번 인수전에 가장 적극성을 보인 SK네트웍스는 어피니티보다 조금 낮은 8000원대 중반 가량의 금액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는 KT렌탈 인수를 통해 업계 4위에서 1위로 단숨에 뛰어오르려는 의지가 강한 것은 물론, 자금력도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신사옥을 매각해 현금 3000억원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물론 한국타이어도 인수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어 결과는 예상할 수 없다. 한국타이어가 일본 1위 렌터카 업체이자 본입찰 참여를 포기했던 오릭스를 재무적투자자(FI)로 다시 끌어들이며, 실탄까지 배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전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성장세가 주춤한 한국타이어는 렌터카 시장 진출을 통해 신먹거리 확보는 물론 자동차 관련 사업의 시너지까지,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목표다.
4군데 후보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써 낸 곳은 롯데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관광, 호텔, 공원, 여행 등의 다양한 사업군과의 교집합이 존재해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업계는 이 같은 이유로 롯데가 낮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1차 후보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본입찰에는 이들 4곳과 MBK파트너스-IMM PE 컨소시엄, SFA-농협 PE 컨소시엄 등 총 6곳의 인수 후보가 참여했다. 당초 이번 본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업체는 9곳이었으나 본입찰을 하루 앞두고 효성, 일본계 금융사인 오릭스가 입찰을 포기했다.
CS는 빠른 시일 내에 향후 절차에 대한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경매호가방식(프로그레시브)의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도 열려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프로그레시브 협상은 입찰 기한을 따로 두지 않고 후보자들과 개별 협상을 통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KT렌탈은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 26%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2013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3.6%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 3분기 누적 이익도 전년 동기대비 20% 넘게 증가하는 등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취임 초부터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가 나지 않는 자회사는 정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지난해 6월 KT렌탈 매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