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는 몇 가지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다. 첫째, 새정치연합이 ‘시장’과 ‘경쟁’의 장점을 전면에 내건 토론회였고 둘째, 맥주-통신비-차 수리비라는 생활밀착형 이슈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셋째, ‘보수의 언어’로 경제민주화의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맥주-통신비-차 수리비에 관한 경쟁촉진 3법은 내용적으로 ‘소비자 이익증진 3법’이기도 하며, ‘창조경제 3법’이기도 하고, ‘규제완화 3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맥주-통신비-자 수리비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과 관피아들이 ‘규제완화’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보수가 기득권을 위해 경쟁촉진 그리고 규제완화와 창조경제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경쟁촉진’은 얼핏 생각하면 ‘보수의 언어’로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경쟁촉진’을 하면 ‘경제민주화’가 된다는 말이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경쟁촉진은 곧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경제민주화 수단이다. 특히 한국에서 소비자가 많이 사용하는 주요 공산품은 2~3개의 대기업이 지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대기업의 독과점적 시장구조에서는 소비자의 이익이 제대로 실현될 수 없고, 중소기업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없으며, 창업이 활성화될 수 없고, 갑을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
‘경쟁촉진’은 사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유 업무다. 그러나 공정위가 주로 수행하는 경쟁촉진 업무는 ‘행위 규제’에 국한된 측면이 있다. 즉, 불공정행위가 발생한 이후 그 ‘행위’가 정당하냐 아니냐를 중심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맥주-통신비-차 수리비에 관한 경쟁촉진 3법은 ‘독과점적 시장구조’ 자체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제다. 시장구조 그 자체가 독과점 시장일 경우 당장 우리 눈앞에 불공정 행위가 보이지는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이를테면 ‘구조적 불공정’에 해당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 직구 열풍은 이러한 ‘구조적으로’ 불공정한 한국의 공산품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1776년 출간됐다. 국부론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테제는 당시로서는 파격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는 중상주의적 절대왕권에 의해 책정된 ‘정치적 독점가격’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시장과 경쟁촉진은 절대선(?對善)도 절대악(?對惡) 도 아니다. 그러나 시장과 경쟁촉진은 ‘독과점’에 맞서 싸울 때 언제나 가장 개혁적이고 가장 급진적인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