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공분을 산 ‘크림빵 아빠’ 강모(29)씨 뺑소니 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자수했지만, 19일 동안 ‘갈팡질팡’ 했던 경찰의 초동수사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경찰이 수사본부까지 꾸리고 대대적인 공개수사에 나섰지만 결정적인 ‘댓글’이 등장하기 전까지 헛다리를 짚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같은 시간대에 직진하던 BMW를 유력한 피의자로 특정하고 대대적인 공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애초 가해 차량이 강씨를 친 뒤 직진해 도주했을 것으로 보고 인근 민간 업소 등의 CCTV를 분석, BMW 승용차를 유력한 용의 차량으로 지목하고, 화질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관련 CCTV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것은 목격자도 없고,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에서도 별다른 단서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추정에 불과했다.
경찰의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용의 차량이 BMW 3/5/7시리즈, 렉서스 LS 시리즈, 뉴 제네시스, K7 등 4종과 유사하다는 동영상 분석 결과를 내놓기까지 했다.
막연하게 BMW로 여겨졌던 용의 차량이 사고 발생 19일 만인 29일 ‘윈스톰’으로 특정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이 차량의 번호까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갈팡질팡하던 수사는 중심을 잡게 됐다.
윈스톰은 청주시에 등록된 차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수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수사에 반전이 된 계기는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의 한 직원의 ‘댓글’ 이 결정적이었다.
사고 지점에서 180m가량 떨어진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에 근무하던 공무원 A씨는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뺑소니 아빠’ 기사를 보고 “우리도 도로변을 촬영하는 CCTV가 있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 댓글을 본 흥덕경찰서 수사관들이 지난 27일 차량등록사업소를 방문, 관련 CCTV 파일을 가져가 분석한 끝에 용의 차량을 윈스톰으로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찰이 윈스톰으로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은 강씨가 걸어가는 시간과 용의차량이(지나는 시간이) 정확히 일치하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윈스톰이 사고 현장에서 300m 거리의 골목으로 빠져나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도주로를 직진에만 초점을 맞춘 경찰의 허를 찌른 대목이다.
A씨는 “기존 용의차량을 찍은 화면이 흐려 제대로 판독할 수 없다는 뉴스를 보고 순간적으로 우리 건물 CCTV를 생각했다”며 “범인이 빨리 검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30분께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졌다.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 들고 귀가하던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그를 ‘크림빵 아빠’로 부르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