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총리 교체를 포함한 내각과 청와대의 쇄신안을 내놨지만,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임했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이날 인사발표후 기자들과 만나 김 실장의 잔류 배경에 대해 “지금 청와대 조직개편이 완전히 마무리된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조금 더 할 일이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직 집권 3년차 쇄신안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김 실장의 거취는 이 작업이 마무리된 뒤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박 대통령도 지난 12일 회견에서 그의 교체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당면한 현안이 많이 있어 그 문제들을 먼저 수습해야하지 않겠느냐”며 현안 처리 후 거취 결정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김 실장의 거취 결정은 적어도 청와대 조직 및 인적개편이 마무리될 때까지 유보되게 됐다.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후임을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김 실장에 대한 비판여론과는 별개로 그만큼 의사결정이 빠르고 조직을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청와대 주변의 얘기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른바 ‘문고리 3인방’도 청와대에 잔류하게 됐다.
일부에 대해 업무범위 조정 및 보직이동 조치만 취했을 뿐이다.
3인방 중 선임 격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면서 총무비서관의 기능 가운데 하나였던 청와대 인사위원회 배석을 하지 않도록 결정했다.
또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제2부속비서관실 자체가 폐지됨으로서 자리가 없어졌지만, 조만간 있을 청와대 비서관(1급) 인사 때 홍보수석실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안 비서관이 국정홍보비서관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춘추관장이 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돈다.
이들 3인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조치는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 때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처럼 이들을 내치지는 않으면서도 부분적인 업무범위 조정과 보직이동으로 여론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번 인사가 국민 눈높이와는 괴리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또 한 번 문고리 3인방이 실세라는 것을 보여준 국민기만적 인사”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