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 우리에겐 이효리가 있다!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1-21 10:29 수정 2015-01-2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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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뉴시스)

“전쟁 상황에서 강간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민간인을 상대로 한 범죄 가운데에서도 가장 야만적 행위다.” 내전 당시 저질러진 학살과 성폭행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는 보스니아에서 한 여성의 절박한 호소가 이어졌다. 수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유방절제술은 가슴 찢어지는 선택 이었다 그러나 생명을 구하는 길이었다.” 뉴욕타임스에 ‘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한 여성이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전 세계 여성들이 용기 있는 고백에 박수를 보내며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이 여성은 에이즈 환자 돕기, 아프리카 기아문제, 전쟁범죄, 환경문제 등 다양한 문제 해결에 동분서주한다.

인권운동가냐고. 아니다. 그렇다면 환경문제 전문가냐고. 아니다. 그럼 구호전문가냐고. 아니다. 스타다. 그것도 세계 각국 수많은 팬이 있는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다. 졸리는 스크린에서 빛나는 스타이기도 하지만 리더십이 부족한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영감을 주는 대표적 인물 중 한사람이다. 자신의 인기를 사회적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아름다운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타가 바로 졸리다. 졸리는 아더 아사버거(Arther Asa Berger)가 “스타는 사람들에게 모방할 모델을 제공하며 그래서 사람들이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주장에 가장 부합한 인물이며 ‘스타’의 저자 에드가 모랭(Edgar Morin)이 “스타는 지식 제공자일 뿐만 아니라 인격 형성자이며 대중을 선도하는 자”라는 규정에 최적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졸리의 전방위적 활동 모습에 찬사를 보내지만 부럽지는 않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스타 이효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수 이효리 씨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사랑과 포용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이 최근 쌍용차 해고노동자 돕기 이벤트인‘쌍용 챌린지’에 이효리를 추천한 이유다.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낡은 진보와 대비되는 구체적인 사례로 꼽은 것이 ‘이효리의 진보’다.

“…부디 그들(쌍용차 해고자들)에게 당신의 나라 인도의 사랑을 주세요. 나마스떼” 이효리가 최근 방한한 쌍용자동차 마힌드라 회장에게 쌍용차 해고자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는 SNS 글이 의미 있는 파문을 일으켰다.

이효리는 1998년 핑클로 데뷔한 이후 높은 인기를 얻으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톱스타다. 그것도 대중문화 트렌드이자 아이콘 역할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 그녀가 유기견 보호에 앞장서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하더니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따뜻한 손 내밀기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환경문제에서부터 노숙자, 해고 노동자 문제에 이르기까지 의미 있는 이슈에 대한 이효리의 관심과 발언은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움직여 동참하게 하는 아름다운 위력을 드러냈다.

가족, 친지만 참석한 소박한 이효리의 결혼식은 결혼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블로그를 통해 전해지는 담담한 일상은 많은 이에게 이웃의 존재가치와 공동체적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트위터에 올리는 글 한 줄은 노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에 대한 사랑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대단한 이효리다. 그러기에 낡은 진보와 대비되는 새로운 진보의 아이콘으로까지 이효리가 거명됐으리라.

하지만 미국의 졸리와 한국의 이효리는 차이가 있다. 졸리에게는 찬사가 쏟아지지만, 이효리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이효리에게 “무식한 연예인 주제에 뭘 안다고 떠드느냐”라는 원색적 비난에서부터 좌파 종북 딱지를 덧씌워 욕설까지 퍼붓고 있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한국에선 연예인을 인형으로 생각하기에 사회적 문제에 참여하는 연예인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며 낡아빠진 냉전이데올로기에 근거한 편 가르기 논리가 우파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동하기에 연예인들이 의미 있는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택광 교수는 “연예인의 인도주의마저 깃들 공간이 없다면, 정치는 어디에서 숨을 쉴 수 있겠는가.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갈 길이 멀다”고 비판했다.

일부 사람의 근거 없는 비난에도 이효리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나는 계속 연예인으로서 유명세를 유지하고 잘해야 해요. 그래야 사람들을 규합해서 함께 원하는 의미 있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거든요.” 얼마나 멋진 말인가. 미국에 졸리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이효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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