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베리 가문이 158년간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존경받는 부자’가 되기 위한 가문 구성원들의 끊임 없는 노력 덕분이다. 돈을 잘 버는 일보다 돈을 잘 쓰는 일이 더 어려운 걸 잘 알기에 발렌베리 가문은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모여 ‘존경받는 부자가 되자’는 가훈을 되새긴다.
이들은 아침 모임에서 존경받는 부자가 되기 위해 행한 선조들의 업적과 앞으로의 과제 등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다. 특히 가문의 연장자들은 멘토로서 후손들이 가훈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고, 이를 몸소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상황에서 발렌베리 가문의 후손들의 사치는 먼 나라 이야기다. 형제자매들의 옷을 물려입는 전통은 지금까지 지속돼고 있다. 또한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거들어 용돈을 받고 이를 저축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그 결과 총 200명 전후에 이르는 후손들 중 어느 누구도 호화 쇼핑 등으로 스웨덴 언론의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
발렌베리 가문에 지금의 영광을 가져다준 원동력은 무엇보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도록 훈육하는 가정교육이다. 가정교육의 핵심은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이다. 나와 내 가족에 앞서 이웃, 사회 나아가 국가를 생각하는 인간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어릴 때부터 끊임 없이 듣기 때문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다.
발렌베리 가문에는 남자는 꼭 해군사관학교를 나와야 하고, 해외에서 자력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원칙들이 존재한다. 해군사관학교를 나와야 하는 이유는 군대에서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열정과 리더십, 도덕성, 애국심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학비를 직접 벌어 공부하게 하는 것도 돈의 소중함과 절약정신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이렇듯 엄격한 가정교육으로 발렌베리 가문 중 한 인물의 일대기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 ‘굿모닝 미스터 발렌베리’의 실제 주인공은 라울 발렌베리로, 그는 1944년 죽음을 무릅쓰고 유대인을 구출하기 위해 헝가리로 갔다. 그는 7만명의 유대인을 구한 이후 1947년 7월 3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죽음의 두려움을 떨쳐낸 라울 발렌베리의 이 같은 선택은 어릴 때부터 ‘존경받는 부자가 돼라’는 가훈을 원칙으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되새겼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