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정을 막기 위한 이른바 ‘김영란법’이 원안보다 후퇴한 누더기 법안이 되고서도 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운동연합은 지난해 11월 20∼30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을 대상으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의 원안 통과 등에 대한 의견을 설문한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이 단체는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국회의원 사무실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설문지 도착 여부를 확인하고, 응답을 하지 않는 국회의원에게는 거듭 참여를 부탁했다.
끝까지 설문에 응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김영란법 처리에 ‘무관심’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압박까지 했는데도 반응을 보인 국회의원은 전체의 29.3%인 88명이었고, 그나마 실제로 설문 문항에 답을 달아 전달하는 등 응답한 의원은 42명(14.0%)에 불과했다.
응답자 42명의 소속 정당은 새누리당 17명, 새정치민주연합 23명,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2명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을 수정안이 아니라 자신은 물론 친인척의 뇌물 공여도 금지하는 원안 내용으로 통과시키는 방안에 대해 홀로 ‘소극적 반대’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을 제외한 전원(41명)이 대체로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정당별로는 다소 온도 차가 있었다. 새누리당에서 찬성 입장을 밝힌 14명 중 ‘적극 찬성한다’고 밝힌 의원은 김영우·심재철·윤재옥·이종진 의원 등 4명에 그쳤고, 나머지 10명은 ‘소극적 찬성’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김기준·김동철·김영주·김영환·부좌현·우원식·이상민·이찬열·이춘석·이미경·이학영·장하나·전정희·정호준·조경태·주승용·진선미·최재성 의원 등 18명이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고, ‘소극적 찬성’은 도종환·이개호·이석현·이윤석 의원 등 4명에 그쳤다.
이 외에 새누리당 김상훈, 김한표,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은 ‘기타 의견’으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야당에서는 김영란법의 입법 추진 배경에 청와대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의심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바른사회운동연합은 “국민의 바람과는 달리 국회의원 대다수는 김영란법 통과에 소극적이거나 무관심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국회가 국민의 뜻을 더는 외면하지 말고 김영란법을 원안 그대로의 상태로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