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모바일용 카메라렌즈 생산기술을 통해 3년 내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고,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조클럽’에 가입토록 하겠습니다.”
박원희 세코닉스 대표이사 회장의 눈은 이미 3~5년 후를 바라보고 있다. 3년 내 매출을 2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는 1988년 세코닉스코리아를 설립하며 오롯이 광학산업의 길만 걸었던 박 회장의 고집과 닮았다. 이는 세코닉스가 광학렌즈 분야에서 강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세코닉스는 국내 최초로 비구면 플라스틱 렌즈를 개발·생산해 확산시킨 국내 1위 모바일용 카메라렌즈 중견기업이다. 수출 비중도 50%에 달해 글로벌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국형 ‘히든챔피언’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중소·중견기업 지원사업인 ‘월드클래스300’ 선정 기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세코닉스는 이미 글로벌 광학렌즈 시장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기업이다. 글로벌 1위 대만의 라간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박 회장은 “국내 광학기술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독일, 일본, 대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특히 비구면 플라스틱 분야에선 대만과 함께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세코닉스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비구면 플라스틱 렌즈는 일반적으로 유리를 깎아 원형을 만드는 구면렌즈와 달리, 적은 수량의 렌즈로 설계가 가능하면서도 성능은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저비용 고효율을 원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게 인기가 많다.
박 회장은 “세코닉스는 글로벌 렌즈시장의 11%를 점하며 다른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세코닉스의 강점은 저화소인 VGA부터 초정밀 고화소 렌즈(13M, 16M, 20M)에 걸친 전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초정밀 고화소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아직 해외에서도 13M 이상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세코닉스의 고화소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코닉스가 이 같은 성장을 일궈낸 핵심은 연구개발(R&D)에 있다. 세코닉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 대비 R&D 비용은 6.48%로 전년 동기 대비 4.19%에 비해 2.29%포인트 늘었다.
박 회장은 “현재 연구인력이 약 150명 정도 있으며 렌즈, 생산설비, 자동차용 모듈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며 “연구비도 연간 1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광학기술 경쟁력 향상에 매진하고 있고, 이 같은 R&D 수준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서도 전혀 뒤질 것이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핵심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광학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기술인력이 핵심이라는 박 회장의 판단에서다. 세코닉스가 대진대, 신한대, 충북대 등과 산학연계를 맺고 맞춤 교육을 통해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광학기술에 정통한 핵심인력 유치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박 회장은 “아직까지 광학을 전문적인 학문으로 다루고 있는 대학이 적어 인재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면서 “또한 입사 후 재교육을 위한 비용이 많이 투자돼야 한다는 것도 회사 입장에선 어려운 점”이라고 언급했다.
세코닉스의 매출액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경쟁자들도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에 세코닉스는 중국, 베트남, 일본 등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박 회장은 “세코닉스의 제품은 모바일폰 부품으로 대부분 수출하고 있고, 자동차 관련 제품은 내수가 주를 이룬다”며 “대부분 수출은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1억 달러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아시아 지역 수출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조만간 해외시장 범위도 확장시킬 계획이다. 그는 “향후엔 유럽, 미주, 동남아 등으로 모바일폰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제품 수출을 목표하고 있다”며 “2016년 자동차 관련 안전법 발효로 더욱 글로벌 시장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만큼 수출시장에서 덩치를 키운 세코닉스이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박 회장도 과거 수출 확대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던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박 회장는 “세코닉스란 이름이 생소했을 시절엔 직접 영업을 위해 기업들을 방문하려고 해도 정문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며 “삼고초려로 수없이 방문해 안면을 익히고 나서 겨우 말을 건넬 수 있었고, 얼굴에 철판을 까니 결국 고객사에서 마음을 열더라”고 회상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몇 만개에 불과한 렌즈 납품을 시작하게 됐고, 이것이 현재 글로벌 시장에까지 성공한 근간이 됐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세코닉스는 지난해 연매출 2200억원 달성이 예상되고 있다. 당초 3000억원 목표였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부진 등의 영향이 미쳤다. 하지만 3년 후 매출 5000억원 달성 목표는 변함이 없다.
박 회장은 “단기적으로 3년 내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고, 장기적으론 오는 2020년까지 1조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스마트폰 시장이 좋지는 않지만, 생산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중국시장 확대, 자동차용 제품 유럽·미주 진출, 신사업 추진 등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 간의 관계에 대해 강한 ‘쓴 소리’도 던졌다. 또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정책도 제안했다.
그는 “현재 대기업들과의 관계를 보면, 동반자라기보다는 ‘갑을’, ‘주종’ 관계에 가깝다고 생각이 든다”며 “대기업은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공생관계 형성을 통한 진정한 동반자로서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정책도 독일처럼 학교 교육 이후 산학연계를 활성화시켜 기업의 인재 육성비용을 축소시켜줄 필요가 있다”며 인력확보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