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는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각종 규제로 인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룹의 기본 경영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성장을 위한 파격적인 쇄신 인사는 물론 미래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등 '경영 안정과 성장'에 대한 절박감이 인사 곳곳에 깔려 있다.
이날 롯데그룹은 그동안 롯데마트를 이끌었던 노병용 대표를 롯데물산 대표에 임명하는 등 총 207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신규 임원은 87명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병용 롯데쇼핑 롯데마트 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이동이다. 노 대표는 롯데마트를 7년째 이끌어 오고 있는 유통업계 최장수 CEO(전문경영인)로 안정적인 조직관리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에서 잇따른 인명사고와 부실공사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자 그룹 계열사 사장단에서 경륜과 연륜이 가장 오래된 노 사장을 대표에 임명해 사태해결에 나선 것이다.
롯데는 노 대표의 노련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오는 2016년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 타워 공사를 잡음 없이 마무리 짓고,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적극 키울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노 대표는 오랜 경험과 관리 능력, 원만한 대외관계 등을 바탕으로 롯데월드몰 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마트 대표에는 김종인 롯데쇼핑 롯데마트 부문 중국본부장 부사장이 임명됐다. 이는 마트 사업이 국내에서 더 이상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고 판단, 향후 중국 및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롯데마트의 업무프로세스 개선 등 전략과 혁신업무를 담당했으며, 올해 초부터 중국본부장 을 맡으면서 해외사업에 대한 현장경험을 인정받았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2일 사장 1명ㆍ전무 5명을 포함해 승진 37명, 전보 11명 등 총 48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그룹 계열사 중 가구사 현대리바트에서 유일하게 사장 승진자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정지선 회장은 지난해 가구업체 리바트를 인수한 이후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룹의 성장동력 확보와 더불어 연말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한 글로벌 기업 이케아와 맞서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이미 입증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현대그룹에 인수된 이후 리바트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전년대비 각각 27%, 256% 끌어올리는 등 실적개선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의 특징은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발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1일자로 대표이사 내정자 3명, 승진 45명(부사장급 9명 포함), 신규영입 1명, 업무위촉변경 18명 등 총 67명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성장 둔화의 늪에 빠진 신세계그룹 역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백화점은 영업력을 강화하고,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피코크'를 키우기 위한 인재를 등용해 눈길을 끌었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이번에 신설된 영업전략실의 실장직을 겸임한다. 신세계 백화점은 이번 인사를 통해 상품기획자(MD)와 마케팅을 통합 운영하는 대표 직속의 영업전략실을 신설했다.
유통업계의 저성장이 현실화되면서 MD와 마케팅을 통합해 영업 전략을 수립하자는 취지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장재영 대표는 마케팅에 잔뼈가 굵은 마케팅 통으로 신설된 영업전략실장으로 적임자"라며 "또 대표가 영업전략실장을 맡으면서 통합전략을 재빠르게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번 인사를 통해 식품본부 소속 HMR(가정간편식)에서 '피코크'를 독립 부로 떼어냈다. 책임자는 준임원급인 '수석'이 담당한다. 피코크는 1970~80년대 신세계백화점를 대표하던 자체 의류브랜드였으나 지금은 이마트의 고급 간편가정식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를 통해 커져가는 간편 가정식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향후 피코크를 미국 창고혈 할인점 코스트코의 자체브랜드 '커클랜드(Kirkland)'와 같은 통합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 미래 준비와 비전 실현에 필요한 임원진을 선발하려는데 목적이 있었다"며 "이를 위해 신사업 추진 가속화와 핵심경쟁력 강화를 위해 피코크 담당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