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년 3개월내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얼어붙은 소비자심리는 2014년 마지막 달까지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두달 만에 사상 최저치를 경신해 디플레이션 우려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CCSI는 102로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CCSI는 2003~2013년 장기평균치를 기준(100)으로 삼아 이보다 수치가 크면 상대적으로 낙천적이고 이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CCSI는 지난 5월(105) 세월호 사태의 영향으로 3포인트 떨어진 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지 못하다가 올 마지막 달에는 석달째 하락, 2013년 9월(102) 이후 1년 3개월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취임한 후부터 전무후무한 경제·재정 확대정책을 펴고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연 2.0%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췄지만 실물은커녕 심리마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문갑 한은 차장은 “내수경기가 나빠졌다고 느낀 것이 소비심리가 약화된 주요인으로 풀이된다”며 “여기에 엔화약세 이슈가 부각됐고, 호재라고 할 수 있는 국제유가 하락은 대외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구성지표를 보면 현재경기판단CSI(71)가 가장 큰폭인 3포인트 줄었다. 향후경기전망CSI(85)와 소비지출전망CSI(106)는 각각 2포인트씩 내렸다. 현재생활형편CSI(89)와 가계수입전망CSI(100)는 1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생활형편전망CSI(98)는 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소비지출전망CSI를 보면 경직적 비용에 해당되는 의료·보건비, 주거비, 교육비 등의 지출계획은 전달과 같았지만 자동차 등 내구재, 의류비, 외식비, 여행비, 문화비 등 재량적 지출 항목은 모두 씀씀이를 축소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한층 꺾였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와 9·1 부동산대책으로 최고치인 124까지 올랐던 주택가격전망CSI는 이달 116으로 집계됐다. 전달에 이어 두달 연속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밖에 취업기회전망CSI(83), 임금수준전망CSI(114), 금리수준전망CSI(90)는 각각 3포인트, 2포인트, 4포인트 감소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두달 만에 사상최저치 또 경신 =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2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한 2.6%로 집계, 2002년 2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지난 10월 2.7%로 사상 최저치를 나타낸 이후 두달 만에 또 기록을 갈아치웠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특성을 띠고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추이를 보면 2011년 4.0%, 2012년 3.7%, 2013년 3.0%으로 꾸준히 저점을 낮췄고, 올해도 2.75%로 내려갔다.
이러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의 하락은 실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칫하면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앞서 디플레이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중 하나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다시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를 든 바 있다.
동시에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해 중장기적 물가기조를 보여주는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지난 11월 전년동월비 1.6%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8월(1.5%)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농산물 가격과 유가 안정 등 공급측 원인뿐 아니라 전반적인 수요 부진이 저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소비자물가를 보면 11월까지 25개월째 1%대의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에는 1.0%를 기록해 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더군다나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제 범위(2.5∼3.5%)도 오랜 기간 크게 밑돌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담배세 인상 효과를 제외할 경우 0%대에 머물 전망”이라며 “저물가로 디플레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