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12일 “자수성가형 재벌 1세와 달리 재벌 2,3세는 아버지로부터 거저 물려받은 회사의 사장, 부사장이 되면서 지금 우리나라가 아주 심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인 ‘재벌 저격수’인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재벌의 불법이익 환수 특별법,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 인사말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은 경제민주화의 핵심과제”라며 이처럼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7,80년대 형성된 30대 재벌 일가가 강력한 지배구조를 토대로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간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새로운 기업가가 나오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골목상권마저 재벌 2,3세가 점령하고 일감몰아주기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서민들이 살기 어려워지는 나라가 되고 있다”고 한 후, 최근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일으킨 회항 사건을 언급하며 “땅콩에어 사건도 이런 지배구조 문제와 유관하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최근 삼성SDS 상장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 자녀 3명과 이학수 전 부회장 및 김인주 전 사장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이 돌아간 것과 관련, 불법 주식거래로 차익을 거뒀을 경우 이익을 환수하는 이른바 ‘이학수특별법’(재벌의 불법이익 환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수십조원의 시세차익을 남기면서 불법을 행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고, 그에 대한 대가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30대 기업들이 ‘이대로 해도 되는구나’ 하고 계속해서 나라를 망쳐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소극적인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우회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는 “17대에 처음 국회의원할 때는 삼성 지배구조 문제, 재벌 지배구조를 얘기하면서 법안심의하다가도 상대 당 의원이 해당 회사의 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법 통과시켜도 되냐’고 물어보는 분위기였다”며 “전화 걸고 물어본 사람들이 지금은 장관을 하는 구조다. 이런 부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또한 ‘농담’임을 전제하면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여러 차례 밥을 먹자고 해서 제가 오늘 토론회 축사해주십사 부탁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굉장히 오기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며 “오늘 왔으면 이 원내대표에게 점심을 대접할 생각도 있었다”고 웃음 짓기도 했다.
한편 박 의원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당의 지배구조 역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와 경제, 정치 모두 우리나라는 지금 거버넌스, 지배구조의 위기”라면서 “새정치연합도 지난 10년간 지배구조의 변화가 없었다. 2월 전대에서 이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이 있다. 선순환 구조에 따라 항상 밭을 갈고 식물이 자라게 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