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국내 주식시장 일반청약 공모 역사를 새로 썼다. 삼성그룹의 모태이자 지배구조의 꼭짓점에 자리한 제일모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집중된 덕이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와 제일모직 등에 따르면 최종 청약 경쟁률은 194.9대 1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공모금액은 삼성생명이 2010년 기록한 19조2200억원이었다. 지난 11월 공모주 청약에 나선 삼성SDS에는 15조5000억원이 몰렸다. 제일모직이 삼성생명과 삼성SDS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제일모직 공모에 큰 관심이 모아진 이유는 회사가 삼성그룹에서 지니는 상징성도 한몫을 한다. 1954년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처음 설립한 그룹의 모태가 제일모직이다. 에버랜드와 합병 이후에 통합 법인명을 제일모직으로 되돌려놓을 만큼 상징성이 강하다.
지배구조에서도 꼭짓점에 자리한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의 대주주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계열사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가운데 제일모직은 그룹의 가장 윗단에 자리잡고 있다.
나아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제일모직의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 각 계열사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회사이기도 하다. 제일모직에 몰린 관심이 그만큼 커졌고, 경쟁률이 195 대 1을 기록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이 기록이 깨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이 30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리는 ‘대박’을 치면서 주관 증권사들도 수수료 수익에다 짭짤한 이자수익까지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청약에 실패한 자금을 붙잡아 놓기 위한 각종 특판에도 돌입했다.
우선 증권사들이 손에 쥐게 되는 인수수수료는 15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신주 1000만주를 발행하는 제일모직과 구주 1874만9950주를 매출하는 삼성SDI, 삼성카드, KCC는 공모총액의 0.8%인 약 121억9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0.2% 범위에서 추가 수수료를 차등 지급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152억40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 IPO인수단은 KDB대우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우리투자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KB투자증권 등 8곳이다. 다만 씨티와 JP모건은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청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인수비율은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이 23.5%, 공동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ㆍ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JP모건증권 서울지점이 각각 19.0%, 인수사인 삼성증권 15.0%, 신한금융투자·하나대투증권·KB투자증권이 각각 1.5%이다.
수수료율 0.8% 기준으로 대우증권이 28억6000만원, 우리투자증권 등 공동주관사 3곳이 각각 23억2000만원, 삼성증권이 18억3000만원 등이다.
여기에 대규모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만큼 대규모 자금 예치에 따른 이자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투자자들은 총 청약대금의 50~100%를 계약금으로 미리 납입한다. 증권사는 11일 청약일부터 납기일인 15일까지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해 연 1.25%의 단기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 경우 총 49억3100만원가량의 이자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