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세상을 움직이는 설득의 기술

입력 2014-12-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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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리스 ‘레토릭’

말로 혹은 글로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설득이란 단어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의미다. 설득은 수사학이란 이름으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 이것에 대항하는 학문은 영원한 진리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철학이 있다. 샘 리스의 ‘레토릭: 세상을 움직이는 설득의 비밀’은 설득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작가는 수사가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수사학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평범한 대화 속 문장 하나하나에 수사적 기교를 넣기 때문이다. 회의를 주재하거나 물건을 팔거나 강연을 하는 사람이라면 수사학에 바탕을 둔 체계적 설득의 기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사학을 체계적으로 배워 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 바로 이 책이 그런 부족함을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다.

왜 수사는 중요한가. 저자의 짧은 문장에 답이 들어 있다. “우리는 아무 목적 없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어떤 목적이 있기에 설득을 한다. 언어를 통해 곤경을 벗어날 수도 있고, 연인을 침대로 이끌 수도 있다. 인간의 욕망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수사다.”

저자는 수사의 중요성을 단 한 문장, 즉 “간디는 검을 든 적이 없고, 마르크스는 총을 쏜 적이 없다”고 표현한다.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오바마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오바마의 웅변가적 태도와 유창한 달변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구호로 자신을 내세운 오바마에 비해 공화당은 말솜씨가 뛰어나지 못한 존 메케인과 세라 페일린 때문에 침몰하고 말았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란 대작에서 체계화된 레토릭의 역사를 1부에서 다룬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 기여한 바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읽으면 경외감이 들 수밖에 없는데, 그의 수사학 이론은 본질적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다음 핵심 내용을 담은 2부는 레토릭의 5가지 비밀을 소개한다. 이 비밀은 설득의 기술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말과 글에 응용할 수 있는 실용지식이다. 5가지는 △발견(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 찾기) △배치(이야기의 순서 정하기) △표현(멋지게 보여주기) △기억(이야기를 마음에 새기기) △연기(심장에서 나온 듯 전달하기)다. 끝으로 레토릭의 종류 3가지, 즉 정치적 수사(행동 유도하기), 사법적 수사(문제 파헤치기) 그리고 과시적 수사(찬양하거나 비난하기)를 다룬다.

첫 번째 요소인 발견이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가능한 한 최고의 설득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발견을 에토스(연설가의 성실성을 기반으로 청중과 관계를 확립하는 방식), 로고스(청중의 마음을 이성으로 움직이는 방식) 그리고 파토스(청중들의 분노, 동정, 두려움, 환희 등의 감정을 북돋우는 방식)로 나눈다.

두 번째 요소인 배치는 서문, 사건기술, 사건분류, 논증, 반박 그리고 결론으로 구성되며, 우리는 이미 이런 방법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세 번째 요소인 표현(style)은 상황에 맞도록 문체와 어조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장엄체, 중간체, 평이체를 구분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네 번째 요소는 기억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메모 없이 연설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마지막 요소는 연기인데 목소리 조절하기, 제스처 다듬기 등이 해당한다.

설득의 근본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기에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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