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경환과 대자보

입력 2014-12-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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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려대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은 이후 1년 만에 다시 대자보가 내걸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대자보가 사회에 무관심한 이들에게 보내는 메세지라면 이번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최경환 아저씨, 저는 좀 화가 났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대자보는 최 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최 부총리가 지난 11월 정책 세미나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서 (인력을) 못 뽑는 상황”이라는 발언에 대해 “취임하면서 애기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보호 강화는 허울만 좋은 선물이었나”라고 꼬집었다.

최 부총리는 8일 대자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젊은이들이 미래에 불안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야겠다”고 답했다. 대자보 열풍을 젊은이들의 불안감과 소통의 문제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안과 소통 부족으로 해석하기에는 앞서 비정규직 처우에 대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우리나라 정규직이 과연 과보호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그동안 최 부총리가 취임 후 비정규직의 처우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정규직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발언뿐이다. 소득을 늘리겠다며 발표한 가계소득 3대 패키지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그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발언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더구나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고용보호 수준은 34개 회원국 중 22위로 해고가 상대적으로 쉬운 나라에 속한다.

대자보는 ‘같이 살자’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대자보의 결론대로 같이 사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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