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의 단골 패턴은 외모비하 아닌가요.”
1999년부터 방송을 시작해 지상파 방송 개그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던 ‘개그콘서트’가 위기에 처했다. ‘소재가 식상하다’, ‘예전만큼 재미가 없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새 코너도 선보였지만 돌아온 건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뿐이었다.
‘개그콘서트’의 다수의 코너들은 외모비하를 소재로 삼고 있다. 지난달 30일 첫 선을 보인 두 코너 ‘사둥이는 아빠 딸’과 ‘도찐개찐’은 도를 넘은 외모 비하로 시청자들의 거센 지적을 받았다. ‘사둥이는 아빠 딸’은 개그맨 정태호가 사둥이의 아빠로 나와 딸 겨울이 역을 맡은 오나미의 외모를 차별하면서 웃음을 만들어 낸 코너다. 해당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아무리 개그라지만 부모가 외모로 자식을 차별하는 소재는 이해하기 힘들다”, “어디 개그 소재가 없어서 자식 외모로 부모가 차별하는 코너가 나온다는 말이냐”라는 다수의 항의글이 올라왔다. ‘도찐개찐’ 코너에서도 외모 비하는 계속됐다. 개그우먼 오나미와 오랑우탄의 모습을 비교하며 '도찐개찐'이라 외치는가 하면 대리운전과 여자친구의 몸매를 비교하며 앞뒤가 똑같다며 비하했다.
또한 현재 뚱뚱한 외모를 비하하는 코너로는 ‘큰세계’, ‘선배선배’, ‘쉰밀회’, ‘유민상 장가가기 프로젝트’ 등이 있다. ‘큰세계’에서는 개그맨 김수영이 매주 쫄쫄이 의상을 입고 등장해 사물과 비교당하고 있으며, ‘선배선배’에서 선배 정명훈은 늘 이수지를 외모를 놀리고 무시한다. ‘쉰밀회’나 ‘유민상 장가가기 프로젝트’에서도 유민상의 큰 덩치는 비하되고 조롱받는다.
‘개그콘서트’의 노래를 들으며 주말을 마무리 하고 유행어를 따라하는 시청자들이 많은 걸 보면 '개그콘서트'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프로그램인 것은 확실하다. 또한 시청 관람가가 15세 이상이지만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개그콘서트’를 시청하고 있다. 개그를 통한 외모비하는 이들의 가치관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외모비하에 대한 심각성 마저도 희화화로 무뎌지게 만들 수 있다. ‘개그콘서트’의 외모비하 개그가 위험한 이유다.
‘개그콘서트’가 식상해진 이유는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초심을 잃었다는 것은 과감한 도전과 다양한 형식 대신 원작의 유명성에 기댄 독창성 없는 패러디나 진부한 소재나 형식의 쉽고 편한 웃음만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거침없던 동혁이 형의 통쾌한 한방이 그립다. 풍자가 개그의 역할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회 부조리에 대해 쓴 소리를 외치던 동혁이 형의 개그는 도전적이었고 가치 있었다. 외모비하 개그는 쉽게 웃음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 웃음 뒤에 씁쓸함이 남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청자들의 의견 때문인지 7일 방송된 ‘도찐개찐’과 ‘사둥이는 아빠 딸’ 코너에는 외모비하 발언이 언급되지 않았다. 이로인해 ‘사둥이는 아빠 딸’에서 저번주까지 못생겼다고 자매들과 차별당한 오나미는 정태호에게 “예뻐”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남아있는, 은연중에 깔려 있는 외모비하 개그는 여전히 많다. 동혁이 형의 대사를 빌려 말하자면 ‘형이 애정이 있어서 말하는 것’이니 ‘개그콘서트’는 시청자들의 쓴 말에도 귀를 귀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