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단체에 휘둘린 국회…정부 ‘세수펑크’ 고민 늘었다

입력 2014-12-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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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의제매입세액 공제율 축소ㆍ종교인 과세 등 무산…세수확충 ‘비과세·감면 축소’ 퇴색

정부의 조세정책이 국회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중심을 못잡고 흔들리고 있다. ‘표’를 의식한 국회의 정치논리에 막혀 올해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사업들이 연장되는 일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공평과세’를 위해 숨은 세원을 발굴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이익단체의 벽에 부딪혀 번번이 꺾이고 있다. 사상 초유의 3년 연속 ‘세수 펑크’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조세 정상화를 통한 세수 확보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업계 눈치 보기에 중고차·음식점 의제매입세액 공제 확대 = 지난 2일 새해 예산안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중고차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의 적용 기한이 앞으로 2년 연장된다. 정부는 중고차에 대한 특혜가 과도하다고 판단, 올해 중고차 매매사업자가 사업자가 아닌 개인 등으로부터 중고차를 취득하는 경우 부가가치세 공제율을 축소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지난 8월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세부담 증가를 우려한 중고차 업계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중고차 매입액에 대한 현행 공제율(109분의 9)을 2016년 말까지 연장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고차 의제매입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은 야당의 당론이기도 했다”면서 “2년 더 일몰이 연장돼 내후년에나 법 개정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가세를 축소할 경우 연 1500억원의 세수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같은 목표는 2년 후로 미뤄지게 됐다.

이번 국회에서 음식점업에 대한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도 확대됐다.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는 재료로 사는 농수산물 구입액 중 일정비율을 ‘매입세액’으로 인정해 그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돌려주는 제도다. 현재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를 개인사업자는 6개월 공급가액 1억원 이하 60%, 1억~2억원 50%, 2억원 초과 40%로 설정돼 있다. 이를 국회에선 음식점 업계의 세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하에 공급가액 1억원 이하는 현행대로 60%를 유지하되, 1억∼2억원은 50%에서 55%로, 2억원 초과는 30%에서 45%로 상향 조정해 내년 말까지 한시 적용하기로 했다.

◇종교인 과세 법제화, 올해도 물 건너가나 = 종교인 과세 법안 처리가 무산된 것도 정치권은 일부 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종교인과세 법제화를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이번에 여야가 처리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종교인 과세 내용이 빠졌다. 다만 지난해 11월 정부가 내년부터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 과세대상에 포함시켜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되 나머지 소득에 대해서는 주민세를 포함, 22%의 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시행은 내년부터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회적으로 시행령 개정으로 종교인 소득의 일부를 원천징수할 수 있게 됐지만 자발적으로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은 물 건너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레저세 과세 대상을 카지노,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복권으로 확대하고 매출의 10%를 과세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의 처리가 보류됐다. 과세에 따른 관련 기금 지원 감소를 우려하는 스포츠·관광 관련 단체들 및 강원랜드 인근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써 카지노 등에 대한 레저세 부과로 지방자치단체의 부족한 세수를 확충하려는 행정자치부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유태현 남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카지노는 레저세를 매출액 10%로 적용하면 2012년 기준으로 지방세수가 3707억원(레저세 2648억원, 지방교육세 1059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에 휘둘려 비과세·감면 축소 법안 등이 국회 입법과정에서 정부안보다 후퇴하는 사례가 적잖게 발생하면서 정부의 조세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세수확대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와 국회는 담뱃세를 2000원 올려 세수부족분을 서민 부담으로 채우면서 가장 시급하고 국민적 합의도 높은 종교인 과세는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세율은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소득형평성과 비과세·감면 일몰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세수결손이 심해져 국가채무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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