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올 겨울 첫 눈이 왔다

입력 2014-12-02 16:52 수정 2014-12-0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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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성 쁘레네 교육문화사업부

어릴 적부터 나무와 풀을 좋아해서 마당이 있는 집에서 정원을 가꾸길 소망했지만, 도시에 살며 마당이 딸린 집은 만나기도 어렵지만 아이들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소위 직장 맘인 내게는 지극한 정성과 노동력의 결정체인 정원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꿈이었기에 집안에서 화분을 키우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작년 가을 이사갈 집을 찾던 중 중개업자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의 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공동 정원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꿈꾸던 아담하고 소박한 정원이 고스란히 거기 있었다. 늦가을이라 잎이 져서 가지만 남았지만 봄이 되면 집에서 키우는 화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나무와 풀들의 어울림이 짐작되는 정원에 반해 그 날로 계약을 하고 창밖의 정원을 즐길 수 있다는 기쁨에 들뜬 맘으로 새 집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그렇듯이 상상과는 달랐다. 정원을 접하고 있는 끝 집인 탓에 단열이 잘 안됐고 정원의 마른 가지는 을씨년스러워 추운 느낌이 더 들었다. 난방비 폭탄을 맞을 걱정에 소심해져 보일러 온도를 낮추고 가족들에겐 집에서도 파카 조끼를 입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족들은 엄마의 정원에 대한 욕심을 꾸짓듯 돌아가며 감기에 걸렸고 가족들의 원망의 눈초리를 받으며 춥고 긴 겨울이 지났다.

봄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우아한 크림 빛 목련꽃의 고고한 자태를 선두로 단풍나무들이 아기 손가락 같이 작고 귀여운 잎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파릇파릇하게 새 잎들이 돋아나며 정원은 푸르게 살쪄갔고 아침이면 이름 모를 예쁜 새들도 날아들기 시작했다. 녹음이 짙어가던 정원은 여름 내내 싱그러운 바람으로 우리 집을 채우더니 축제를 준비하듯 울긋불긋 화려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가을을 우리 가족에게 선물했다. 몇 번의 가을비를 맞으며 나뭇잎을 하나 둘 떨구던 나무들이 겨울을 준비하기 시작 할 즈음, 우리 가족들도 유리창에 난방용 비닐을 붙이고 커튼을 바꿔 달며 월동준비를 마쳤다. 첫 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겠지만 이제 우리 가족 누구도 나의 정원에 대한 욕심을 원망하지 않는다. 혹독한 추위를 견딘 정원의 아름다운 봄을 기억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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