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명예회장은 춘강문화장학재단에 자기가 보유했던 지분 1.5%를 증여한다고 유언했다. 박 회장 사후 유언을 집행하기 위해 지분을 넘겼지만 증여세 문제로 인해 재단측이 20일만에 수증을 포기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라교역은 춘강문화장학재단에 증여한 주식 24만8142주(1.55%)를 수증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재단 지분은 0%가 됐다.
신라교역은 지난달 고 박성형 명예회장의 사망에 따라 박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19.22%를 이술이 여사와 자녀들, 그리고 춘강문화장학재단에 상속했다. 부인 이술이 여사는 70만9750주를 상속받아 신라홀딩스, 신라문화장학재단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랐다. 신라교역 지분을 소유하지 않았던 장남 박재흥 신라섬유 대표이사, 딸 박숙희, 상희, 주희씨도 각각 47만3167주(2.96%)씩 상속받았다. 지분율이 0%였던 춘강문화장학재단도 이 때 함께 지분을 증여받았다.
그러나 춘강문화장학재단은 지분 상속 20여일만에 상속을 포기했다. 상속받은 지분가치의 절반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할 상황이 되자 아예 상속을 없던 일로 한 것이다.
현행 증여세법상 상속받은 재산이 과표기준 30억원 이상이면 50%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춘강문화장학재단이 증여받은 주식은 전일 종가 기준으로 40억원이 넘는다. 원칙적으로 공익법인이 출연받은(증여도 포함) 재산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신라교역이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증여를 취소했다는 후문이다.
신라교역 관계자는 “증여세때문에 수증을 취소한 것”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일 경우 증여받은 지분이 5%가 넘을 때만 증여세가 과세된다. 춘강문화재단은 1.5%에 불과해 증여 대상이 아니다.
이를 두고 한 로펌 관계자는 “우선 공익법인과 재단법인이 완전히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 재단이라고 할지라도 공익적인 목적으로 증여한 것이 아닐 경우 과세할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공익법인에 증여한 사람의 가족 등이 해당 공익법인에서 이익을 받거나 증여받은 주식을 공익목적사업 등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서울국세청 관계자 역시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이라고 해도 추후 공익을 위해 자금이 사용됐는지, 재단에서 벌인 사업이 실제로 공익을 위한 것인지 등을 조사하는 등 사후 관리가 까다롭다”며 “비과세 후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자까지 물기 때문에 증여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