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시각장애인인 강완식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실장이 고조된 목소리로 외친 한 마디다. CJ헬로비전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모든 메뉴를 음성으로 친절하게 알려주는 ‘소리로 보는 TV, 이어드림(EARDREAM)’ 서비스를 선보인 자리에서다. 강 실장은 1년에 걸친 CJ헬로비전의 스마트TV 서비스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해 더욱 감회가 새롭다.
강 실장은 “과거 아날로그TV 시절에는 채널이 몇 개 없어 조작이 쉬웠으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각장애인에게는 오히려 불편한 환경이 됐다”며 “100개가 넘는 채널을 다 외우지 못해 원하는 채널이나 방송이 나올 때까지 무작정 리모콘을 계속 돌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VOD 서비스, 검색기능 등 새로운 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에겐 필요 없는 기능”이라면서 “이번 시각장애인용 TV로 어렵기만 했던 TV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드림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들이 참여한 ‘신규사업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나온 아이템을 상용화 한 것으로 방송 소외 계층에 대한 고민과 함께 ‘시각장애인이 TV를 본다’는 역설적 관점에서 시작했다. 실제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여가활동 92%가 TV 시청으로 일반인보다도 시청시간(일 평균 218분)이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강 실장은 “이번 개발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은 CJ헬로비전 측 제안 때문”이라며 “개발자 위주가 아닌 장애인 입장에서 기능을 제안하고 테스트 등 모니터링 과정에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놀랐던 점은 음성처리에 대한 기술비용 문제로 개발이 주춤했던 기존 상황과 달리 우리의 요구가 최대한 적극적으로 반영된 서비스가 탄생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이미지를 텍스트로 변환해 음성으로 서비스하는 디테일함까지 가미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어드림은 방송화면에서 보이는 모든 메뉴에 대한 음성안내는 물론 음성 기능이 추가된 15만 편의 영화방송 다시보기(VOD), 화면 해설과 예약 녹화 기능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화면해설 방송은 본 방송 이후 화면 해설 작가가 대본 작업을 한 후 더빙하는 과정이 필요해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CJ헬로비전은 이번 서비스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이 비용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강 실장은 “음성이 한 종류라는 점, 속도 조절의 범위가 좁다는 점 등 한계가 있지만 ‘TV보는 전 과정의 음성화’라는 혁신적 전환이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CJ헬로비전은 12월 한달 간 서비스 점검을 위해 시각장애인 체험단을 운영하고, 2015년 1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앞으로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청각장애인, 노인(노안, 청력 문제), 다문화 가정 등 서비스 대상을 확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