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엇갈린 성적표’] 탁상행정이 낳은 4대악보험 계약건수 ‘0’ 예견된 실적

입력 2014-11-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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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연금보험·노후실손보험도 저조…수요층 제한 보험사 파느듯 마는듯

정부가 앞장서 추진한 정책성 보험상품이 고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올 들어 정부의 의지에 따라 △4대악 보험 △장애인연금보험 △노후실손의료보험 등 정책성 보험상품을 꾸준히 내놨다.

하지만 상품 수요층이 제한적이고 저렴한 보험료 때문에 보험사가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보험권에서 정책금융상품이 유명무실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해상이 지난 7월 출시한 행복지킴이상해보험, 이른바 4대악보험은 지금까지 가입계약 건수가 0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4대악 척결에서 모티브를 얻은 상품이지만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4대악 척결 범국민운동본부와 현대해상이 업무협약을 맺어 내놓은 것으로 학교폭력·성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등 이른바 4대악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보험 형식으로 가입하면 해당 지역 내에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이 보험 혜택을 받는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내년 예산을 받기 전에는 가입할 수가 없어 (가입 실적이) 그렇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상규 의원은 “국가가 담당해야 할 범죄 피해에 대한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4대악 보험 외에도 정부 정책으로 출시된 장애인연금보험과 노후실손의료보험의 성적도 초라하다. 지난 5월부터 NH농협생명과 KDB생명에서 판매 중인 장애인연금보험은 매달 신계약 수가 100~20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말 기준 양사 합계 초회 보험료(보험계약에 따라 처음 납입된 보험료)가 3억원이 안 되고 판매 건수도 1000건에 못 미친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8개 손해보험사에서 지난 8월부터 판매한 노후실손의료보험도 히트와는 거리가 멀다.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 10월 말까지 2017건, 현대해상 471건, 동부화재 476건(9월 말 기준)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한 손보사는 10건도 못 판 것으로 알려졌다.

히트상품은 월 1만건 정도 팔린다. 이들 정책성보험은 실적보다 공공복지에 역점을 둔 상품이라고 해도 판매 결과가 매우 부진하다.

앞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등장했던 자전거보험과 녹색자동차보험도 정책성 보험의 실패를 보여주고 있다. 자전거보험의 경우 계약 건수가 2009년 1만6000건에서 지난해 5500건으로 대폭 감소했으며, 녹색자동차보험은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손보사 관계자는 “자전거보험은 개인 물건이 거의 없고 단체 물건으로 계약되는데, 계약건수가 연 5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단체보험 형태로 출시 예정인 난임치료보험도 정책성 보험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난임보험은 기업의 45세 이하 기혼 남녀직원(배우자 포함)을 대상으로 △난임 관련 수술 △배란유도술 △보조생식술 등을 보장해 주는 단체보험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난임보험을 내놓기로 했지만, 보험사들은 적극적으로 상품 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난임보험의 실효성과 시장성에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가입자가 개인 사생활 공개를 꺼릴 수도 있고, 일부 난임부부를 위해 단체협약에 나설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생명보험국장은 “보험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험률이 먼저 산출돼야 하는데 불임부부와 관련한 안정적이고 정확한 통계도 아직 없다”며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보험회사에서 무리하게 상품을 만들다 보면 손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일단 현재로서는 현대해상이 난임보험 출시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메리츠손해보험, LIG손해보험 등도 검토 단계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상품을 개발 중이며 출시 시기는 미확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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