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맏형’급 공기업 수자원공사(K-water)는 생활용수 등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수질을 개선함으로써 공공복리를 증진시키고자 강과 하천 등 수자원을 개발·관리하는 공기업이다. 하지만 그동안 수자원공사의 역할은 ‘공급’에만 치중한 측면이 컸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 수돗물 품질에도 수요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 수돗물 음용률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최계운 사장이 취임 뒤 1년 동안 가장 역점을 뒀던 부분은 수요자인 국민의 처지에서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최 사장은 “그동안 수자원공사가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을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했다”며 “공급자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그 불안감을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다.
◇ ‘건강한 수돗물’ 패러다임 전환…음용률 1%→19% 급상승=수자원공사는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건강한 수돗물’로 수돗물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이다. 이전까지 수자원공사의 역할은 원수(原水)와 상수도 관리에만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자원공사의 최근 노력은 눈여겨볼 만하다.
11일 경기 파주시에서는 건강한 수돗물 공급 시범사업인 ‘스마트워터시티’의 성과 발표회가 있었다. 올 4월부터 시행한 이 사업은 첨단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수돗물 공급의 모든 과정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사업이다. 수돗물의 마지막 관문인 탱크, 배관, 수도꼭지까지도 공공의 관리영역 안으로 가져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범사업 결과는 커다란 가능성을 남겼다. 여론조사기관 월드리서치의 수돗물 음용률 조사에 따르면 시범사업 시행 전 1%에 불과하던 직접 음용률(끓이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비율)은 사업 시행 이후 19%로 크게 상승했고 끓여 마시는 경우를 포함한 음용률은 36%에서 60%까지 올랐다. 수돗물을 조리에도 사용하지 않는 불신층 비율도 23%에서 11%로 뚝 떨어졌다.
물을 만드는 공기업의 본분에 충실한 혁신인 셈이다. 최계운 사장은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으로 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5% 정도로 매우 낮아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2조원 이상 발생한다”며 “건강한 수돗물 시범사업을 통해 단기간에 음용률이 크게 높아지는 성과를 이뤄냈듯 앞으로도 모든 국민이 수돗물을 신뢰하고 마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물 복지 확대 채찍질…‘세계 3위 물기업’ 목표도 성큼=음용률 확산 노력과 함께 생활용수 공급, 해외진출,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기존 사업영역에도 채찍질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필리핀의 앙갓 다목적댐 운영도 시작하며 해외투자 성과를 가시화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해외 다목적댐을 인수하며 2019년 세계 3위 물 관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 달성에도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댐을 인수한 직후에는 필리핀 최대 기업인 산미구엘에 300억원가량의 웃돈을 받고 지분 60%를 넘기기도 했다. 수자원공사는 앙갓댐에서 앞으로 50년간 연평균 120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2004년부터 상수도사업 여건이 열악한 2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위탁받아 온 ‘상수도 운영 효율화 사업’은 올해로 10돌을 맞았다. 사업 시행 이후 땅속으로 버려지는 물 2억6000만톤(1333억원)을 절약했다. 이 사업을 통해 30년간 물 부족에 시달려 온 통영시, 완도군의 제한급수를 해소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도 일궈 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국가 전체 시설용량의 25%를 운영하며 국내 1위 기업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재생에너지 국내 발전량의 22%인 30억㎾h의 에너지를 생산했다. 특히, 세계 최대 ‘시화 조력발전소’와 ‘수상 태양광 발전’은 신재생에너지사업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광역상수도 원수를 활용한 온도차냉난방 등 물로 특화된 다양한 에너지원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