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업은 제과업계 첫 시도이며, 이마트 출신으로 지난 7월 오리온에 영입된 허인철 총괄 부회장(사진)이 주도했다. 소비자와 직접 마주치는 이마트에서 영업총괄부문 대표를 지낸 만큼 소비자의 불만에 빠르고 민접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오리온그룹에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대단한나쵸, 썬 등 20개 과자 브랜드의 과대 포장을 개선했다. 9월부터 관련 부서의 의견을 취합한 뒤 이달부터 생산을 본격 시작했다.
한 상자에 7개가 들어 있던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는 가격 변동 없이 한 개를 더 추가해 8개들이로 바꿨다. 대단한나쵸, 썬, 눈을감자 등은 포장규격을 줄이면서 내용물은 5% 늘렸다. 포카칩, 참붕어빵, 마켓오 리얼치즈칩 등 16종은 35%인 포장 내 빈 공간의 비율을 25% 이하로 줄였다.
이 같은 포장재 개선작업은 소비자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허 부회장의 주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제과업계는 꾸준히 국산 과자의 과대 포장이 문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에 시달렸다.
지난 9월에는 대학생들이 과자봉지에 질소를 다량 넣어 부풀린 과자 업체들을 풍자해 과자를 연결해 만든 뗏목으로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까지 하면서 제과업계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 부회장은 포장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포장재 생산업체 아이팩 합병도 검토하고 있다. 아이팩은 지난 1981년부터 과자 봉지, 상자 등을 만들어 오리온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03억원 중 80%인 324억원이 오리온과의 거래에서 발행했다. 담철곤 회장이 지분 53.3%을 가졌고 나머지 46.7%는 오리온 계열사들이 나눠 보유 중이다.
증권업계는 “오리온그룹이 과대 포장을 막고 별도법인 운영에 따른 제반비용을 줄여 경영효율성을 모색하기 위해 이르면 내년 초 아이팩을 합병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리온 측은 “아이팩 합병을 검토중”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오리온의 포장 개선 작업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오리온의 시도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면 해태제과, 롯데제과 등 경쟁사들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