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경성 최초의 간이비행장이 생기며 역사 속에 등장한 여의도.
1970년 마포대교 개통과 함께 본격 개발이 시작된 후 1977년에는 증권거래소가 들어서며 한국 증권 역사의 중심으로, 국회의사당과 방송사들까지 들어선 이후에는 명실상부한 한국 현대사의 중심으로 들어섰습니다.
2000년대까지도 그 맥은 이어져 기업들의 본사와 활력 넘치는 증권과 방송의 메카로 자리잡았죠. 여의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황소상. 증시 강세장을 의미하는 황소상이 곳곳에 보일 정도로 여의도는 증권가와 연이 깊습니다.
그러나 최근 과거와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한때 억대 연봉의 상징이었던 증권가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업계 순위를 다투던 증권사들이 인수합병과 함께 명맥이 끊긴 이후 해마다 구조조정설이 흘러나올 정도죠. 불황에 시달리는 여의도 증권가의 지갑은 예전만 못하고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거셉니다.
최근 재벌닷컴이 매출 상위 28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영업점과 직원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3만3091명으로 1년 사이 3794명(10.29%) 줄어들었습니다. 국내외 영업점은 1344개로 1년 전보다 229개(14.6%) 감소했다는 수치가 있을 정도입니다.
설상가상 증권사의 침체와 함께 여의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방송사도 떠나가고 있습니다.
2004년 일찌감치 서울 양천구 목동으로 사옥을 옮긴 SBS에 이어 지난 8월엔 MBC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로 이전했습니다. 1982년부터 여의도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던 MBC 사옥은 현재 외국계 자본에 매각이 진행 중입니다. 매각 이후엔 재개발이 유력하다는군요. 현재 방송 3사 가운데 이젠 공영 방송사인 KBS만 우두커니 여의도를 지키고 있습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증권맨과 도로를 누비는 방송차량으로 상징되던 여의도는 이젠 과거와 같은 활력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30여년의 세월의 풍파에 낡은 외관만 남은 여의도의 아파트들처럼 말이죠.
한국의 맨해튼이라 불릴 정도로 밤하늘을 수놓던 마천루의 불빛도 이전과 다릅니다. 여의도의 밤을 밝혔던 빌딩 숲의 불빛보단 어둠이 친숙합니다.
이곳에 둥지를 틀었던 많은 기업이 강남, 마곡, 판교 등지로 이전하면서 공실률은 치솟고 있죠. 여의도의 공실률은 11.3%로 서울시 내 건물들의 평균을 웃돌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지난해 들어선 초고층 빌딩 IFC와 FKI타워 등의 입주가 늘어나면서 나아진 수준입니다.
4만6465㎡의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파크원은 4년 동안 소유권을 두고 법정공방이 진행돼 여의도의 대표 흉물로 방치된 상태죠.
한국 정치, 금융, 미디어의 메카로 꼽혔던 이곳. 1970년대부터 한국 현대사의 중심이었던 여의도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