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100엔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째 상승 마감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4일 오후 3시 기준 100엔당 949.46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12일(938.93원) 이후 6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원·엔 환율은 이날 오전 6시 55분 100엔당 940.05원까지 하락, 930원대를 위협하기도 했다.
원·엔 환율의 하락 속도는 지난달 31일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확대 조치 이후 엔화가 약세를,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가팔라졌다. 엔·달러 환율이 주요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10엔을 상향 돌파하자 곧 115엔까지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엔화 가치가 곤두박질 쳤다.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외환당국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엔화 가치 하락에 보조를 맞춰 원화 가치도 끌어내리면서 원·엔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보다 3.9원 오른 1076.5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장에서는 8.9원 상승한 달러당 1081.5원에 출발했으며 최고 1082.0원까지 올라섰다. 미국의 제조업 지표가 호조를 띠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일본은행이 지난달 31일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하자 마감장 기준으로 13.0원 올랐으며 지난 3일에도 4.1원 상승했다. 이로써 원·달러 환율은 일본의 기습적인 양적완화로 3 거래일간 21원이나 뛰었다.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나타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8.2원 급등 마감했다. 이러한 거침없는 엔저와 강달러로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간 29.2원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은 변동성이 높은 모습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월초이다 보니 전달의 네고 물량을 소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에 상승폭을 축소했다”며 “향후 원·달러 환율 추이는 달러·엔 환율과 외환당국의 개입 정도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