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블로그 운영자들에게 돈을 주고 상품 추천 글을 올리도록 한 오비맥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카페베네, 씨티오커뮤니케이션 등 4개 사업자를 적발,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3억900만원 납부명령을 내렸다.
이들 업체는 블로거들에게 자사 상품을 광고해 달라고 요청 한 뒤 건당 2000원에서 10만원까지의 비용을 지급했지만, 대가성 여부를 밝히지 않아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해 경제적 대가를 주고 블로그, 카페 등에 추천·보증 글을 올리는 경우 지급사실을 공개하도록 의무화 했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블로거들은 자신들이 대가를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자신의 경험담처럼 광고를 해오다 적발됐다.
블로거들의 이 같은 광고영업 행위는 이미 수년간 지속돼왔지만, 당국과 포털 사이트의 무관심에 더욱 깊이 온라인 산업에 파고 들었다. 또 일부 블로거들이 ‘블로거지(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라 불릴 정도로 소규모 맛집과 기업을 상대로 음식을 공짜로 접대받거나, 제품 리뷰를 쓴다며 물품을 받아 챙기는 일이 사회적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블로거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을 이용한 광고 영업 행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단속은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이용자들이 도박 등 불법광고를 신고해도 해당 ‘페이지’가 폐쇄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는 등 방관하고 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카페 등이 불법 광고 행위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미 페이스북 페이지는 수백만원에 매매 되고 있고, 카페 역시 비밀리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매매가가 형성되고 있다. 블로그 역시 뒷돈을 받고 광고를 대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문성실의 이야기가 있는 밥상’ 운영자 문성실씨 등 7개 파워블로거들이 제품의 공동구매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 수억원을 챙긴 사건이 적발돼 과태료 2000만원을 부과 받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에 따르면 문씨의 경우 17개 업체로부터 8억8000여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을 비롯해 적발된 블로거들은 각자 수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블로거들이 세금을 포탈하며 수억원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블로거들과 기업들은 광고에 대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법 영업을 계속 하는데는 이처럼 확실한 ‘뒷돈’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블로거나 업체들은 비교적 규모가 있기 때문에 적발이 가능했지만, 맛집, 체험, 리뷰 등 소규모 업체와 블로거들은 적발을 피해가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포털사이트와 공정위가 적극적인 단속을 벌이지 않는데 있다. 네이버 측은 이번 공정위 적발에서 자신들이 발급한 ‘파워블로그’ 엠블램을 단 블로거 10여명이 적발됐음에도 엠블램 박탈 등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올해 활동 중인 파워블로거라면 규정상 자격 박탈이 가능하지만, 이전에 활동했던 경우는 적발 사례가 없어 엠블러 회수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 역시 지난 2012년 지침이 마련됐지만, 지금까지 기업과 블로거를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지만, 맛집 등 소규모 블로거 등에 대한 적발은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며 단속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처럼 관계 당국과 기업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일반 네티즌들은 블로거에 대해 신뢰를 잃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윤정철(35)씨는 “제품이나 맛집 등에 대한 리뷰는 블로그 등을 참고하지만, 실제 맛을 보거나 구입해보면 형편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최근엔 블로그에 나오지 않은 제품이나 맛집을 더 선호하게 됐다”고 블로그 리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블로그 산업 기반 약화에 한국블로그산업협회는 ‘그린리뷰캠페인’ 등을 통해 블로거와 기업들의 자발적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블로그산업협회 장대규 회장은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포털, 공정위, 협회 등이 연계해 지속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위 적발이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꾸준한 대책과 정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알리는데 포털과 협회 모두가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