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환율과 유가 하락, 수요 감소 등의 삼중고에 주력사업에서 적자를 내는 곳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4분기를 넘어 내년에는 여러 악재를 딛고 실적이 호전되리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주력사업인 정유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해 3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지난달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정유부문 적자만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최근 유가 하락에 정제마진이 악화하고 이에 재고평가 손실이 증가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영업이익이 488억원으로 전 분기 502억원 손실 대비 흑자전환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84.6% 급감했다. 정유부문 영업손실만 2261억원에 달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매출액은 16조6085억원으로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5.9%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부문이 부진을 이어갔으나 화학사업과 석유개발 등 비정유부문이 선전해 2분기 연속 적자는 끊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3분기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주력인 정유부문에서 작년 2분기 이후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정유부문에서만 1867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에쓰오일은 3분기 영업손실이 39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를 지속하고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7조2679억원으로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10.6%씩 줄었다.
석유화학 업체들 역시 3분기 실적은 대체로 부진했으며 영위하는 사업 부문에 따라 낙폭이 커지거나 덜하는 등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LG화학은 3분기 영업이익 357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0.8%씩 줄었다. 엔화 약세 탓이다. 매출은 5조6639억원으로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3.4%씩 줄었고 순이익은 231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2% 늘어난 반면 전년 동기 대비 31.3% 감소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과 정보전자소재, 전지 등 전 부문이 동반 부진했다. 석유화학은 업황 회복 지연과 원화 강세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2% 줄어들었다. 또 정보전자소재 부문은 엔화 약세로 경쟁이 심화하고 중국 편광판 증설에 따른 초기비용 등으로 수익성이 둔화돼 영업이익이 3분의 1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주력사업인 합성고무뿐 아니라 페놀유도체 부문 실적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금호석유는 3분기 영업이익 609억7800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47.1% 늘고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액은 1조2067억8700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0.9% 줄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 늘었다. 순이익은 217억3200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741.3% 각각 증가했다.
롯데케미칼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이 회사는 3분기 영업이익 142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8.6% 늘었으나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352억원이다. 아로마틱스 부문은 부진했으나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올레핀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개선돼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화케미칼에 대해 증권가는 대체로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3분기 컨센서스는 영업이익 351억원, 매출 2조1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저조하다. 태양광 사업의 불확실성과 예상보다 에틸렌 계열 다운스트림 스프레드가 부진하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시간을 보낸 석유·정유화학업계가 4분기와 내년에는 실적이 호전되리란 전망을 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정유사 손실은 일시적이지만 이로 인한 수요 진작과 정제마진 회복은 장기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석유화학 역시 스프레드(원료가격-제품가격)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의 충격이 가라앉으면 내년 1분기부터 정유사의 영업이익은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