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로 인해 3거래일간 30원 가까이 폭등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조치에 한국 외환시장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이틀 연속 요동을 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5원 오른 1076.0원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에는 13.0원이나 폭등한 106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깜짝’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엔 환율이 큰폭으로 올랐고 원·달러 환율도 이에 연동돼 급등했다.
이러 가운데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으로 인한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재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주요국 실물경기 부진,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재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달러가 강세 기조를 확대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위를 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정상화 시작,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돌입 가능성 등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가 고조되면서 앞으로 월·달러 환율은 상방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이달 월·달러 환율 범위는 기존보다 10원가량 더 높은 1050~1085원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더군다나 월·달러 환율 상승세에 대해서는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높지 않아 변동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 연구원은 “외환당국이 원·엔 환율이 하락한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수 있겠으나 원·달러 환율의 상방 변동성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아 월·달러 환율은 더 가파르게 오르막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2007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낸 가운데 엔화는 추가 약세를 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향후 엔화 유동성 증가 및 일본의 공적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라 당분간 엔화 약세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주변국들의 대응 및 일본내 수입국들의 반발, 위험회피 성향 등이 엔화 약세 속도를 제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특히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이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엔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수출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기업들이 최근까지는 엔화 약세에도 수출 단가를 그만큼 내리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수출 단가 자체를 내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의 자동차, 철강, 기계 업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