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위현석 부장판사)는 17일 동양그룹이 계열사 기업회생 개시를 신청하면서도 대규모로 CP(기업어음)와 회사채를 발행해 부도사태를 일으킨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으로 기소된 현 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양그룹의 재무상황과 구조조정 진행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2013년 6월 이후 발행된 CP나 회사채는 이미 상환능력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4만여명의 피해자를 양산하며 CP를 발행했다는 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현 회장이 선고받은 징역 12년은 2000년 이후 들어 재벌 총수에게 선고된 형량 중 최고 수준이다. 과거 법정에 선 재벌 총수 가운데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받은 사례는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2006년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정도다. 2000년 이전에는 전두환 정권 시절 최고 실세로 알려졌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1997년 선고받았던 징역 15년이 재벌총수로서는 최고형이었다.
현 회장은 최근 CP 사기로 기소됐던 재벌 회장 가운데도 최고형을 선고받았다. 1심 기준으로 1000억원대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은 징역 4년, 2000억원대 CP 발행 혐의로 기소됐던 LIG 그룹은 구자원 회장이 징역 3년,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이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선고 형량에 차이가 발생한 것은 웅진그룹이 CP 사기 부분이 무죄가 났고 횡령·배임만 유죄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LIG그룹은 동양과 마찬가지로 CP 사기가 유죄로 결정 났지만, 피해규모 면에서 질적인 차이가 커 형량도 갈린 것으로 보여진다. LIG그룹은 투자자 700여명에게 2087억원 상당의 피해를 유발했지만 동양은 4만여명에 1조3000억원 규모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여기에 LIG그룹은 오너 일가는 사재 출연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LIG건설 CP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동양과 큰 차이가 있다. 아울러 LIG는 피해 보상을 받은 피해자들이 재판부에 처벌 불원 탄원서를 냈지만, 동양은 피해회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엄한 처벌을 탄원했던 점도 중형 선고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