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000억원대의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이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위현석 부장판사)는 17일 동양그룹이 계열사 기업회생 개시를 신청하면서도 대규모로 CP(기업어음)와 회사채를 발행해 부도사태를 일으킨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으로 기소된 현 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진석(56) 전 동양증권 대표이사는 징역 5년, 이상화(48) 전 동양인터네셔널 대표이사는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현 회장, '상환능력 없었다는 점 알았다'…사기고의 인정=이 사건에서 현 회장 측은 구조조정을 통해 CP와 회사채 발행에 관한 상환능력을 기대하고 있었으므로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동양그룹이 1차 구조조정계획대로 계열사 매각에 실패한 이후 2차 구조조정은 아예 진행하지도 못했다"며 "그룹의 구조조정 성공 가능성이 없었던 데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도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재무상태 악화와 이러한 사정을 모두 알고 있던 만큼 사기의 고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현 회장 등은 구조조정 순위를 잘못 지정해 우량재산을 먼저 매각하지 않아 시간을 낭비했고,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면서도 경영권 포기하지 않고 이를 회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다 매각에 실패했다"며 "결국 현 회장 등의 구조조정 의지도 약했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 6월 이후 CP발행은 사기발행=재판부는 "동양그룹의 재무상황과 구조조정 진행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2013년 6월 이후 발행된 CP나 회사채는 이미 상환능력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동양그룹이 지난해 그룹차원에서 CP와 회사채 판매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정해준 점에 관해서도 "이러한 지시를 내렸을 경우 직원들이 CP등을 판매하면서 제대로 된 고객보호절차를 지킬 것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일반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고 기망하려는 의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동양그룹, 고객에게 회사 위기상황 적극적으로 은폐=재판부는 동양그룹이 CP를 발행하면서 2조원의 현금을 유입시켜 제조부분을 선순환하겠다는 홍보를 하고, 계열사인 동양파워 순수 지분 가치가 1조원에 가능하다고 알린 부분도 사기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업계획이 실현가능성 없는데다 지분가치평가도 과장됐는데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내부사정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일반 투자자들이 회사채 매입한 것은 계열사 상환능력이 아닌 그룹 전체의 상환능력을 믿고 산 것인데, 동양그룹은 재무상황을 가감없이 알렸어야 했음에도 구조조정 계획이 지연되고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지난해 2∼9월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판매함으로써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천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현 회장은 동양증권 대표이사와 전략기획본부 임원, 계열사 대표이사 등과 공모해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일반인들이 동양증권에 대해 가지는 신뢰를 이용해 CP와 회사채 총 1조3032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이 중 9942억원이 지급불능처리됐다.
현 회장은 같은해 7~9월 결제능력이 없는 계열사가 발행한 6231억원 상당의 CP 등을 다른 계열사가 매입하게 해 상장사인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를 부도낸 혐의도 받았다. 또 CP발행을 위해 계열사가 우량기업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동양인터네셔널과 ㈜동양 등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회계년도에 자산과 매출액을 과다 계상하고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는 등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도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